“올해는 뭐든 잘 될 것 같은 느낌이네예.”
부산 사나이 특유의 무뚝뚝한 사투리지만 자신감은 넘쳐 났다. ‘미완의 대기’에서 국가대표 4번 타자로 거듭난 이대호(24ㆍ롯데)는 이번 아시안게임을 인생 최대의 승부처로 여기고 있다. 22년 만의 타자 부문 ‘트리플 크라운’(타율ㆍ홈런ㆍ타점 1위)을 차지하며 국내 무대를 평정한 이대호는 국제 무대에서도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평가 받고 싶다는 야망을 감추지 않았다. 이대호가 밝힌 올 시즌 성공 비결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 아시안게임 3연패를 위해 23일 오후 카타르 도하로 출국한 대표팀 김재박 감독도 이대호를 키플레이어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 4차례 연습경기 5할타 1홈런 6타점 '불방망이'타격 3관왕 '위풍당당'…AG 3연패 '자신만만'
죽기 살기로 해야죠
지난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시작된 합숙훈련에서 이대호는 당초 포지션인 1루수가 아닌 3루수 글러브를 끼고 나와 정진호 수비코치의 펑고를 30여분 간 받았다. 일찌감치 김 감독의 지시를 받고 있던 터라 첫 훈련에 실수는 많지 않았지만 얼마나 힘들었는지 덕아웃으로 돌아 와 “3루는 내 자리가 아닌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합숙 훈련이 끝나기 이틀 전인 20일에는 훈련을 마친 이대호가 털썩 주저앉더니 “4번 타자는 너무 부담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대호는 3루수로 나선 LG와의 2번째 연습경기에서 실책 1개만 했을 뿐 완벽하게 막았다. 그럼 4번 타자 성적은? 4차례 연습경기에서 타율 5할(18타수 9안타)에 1홈런 6타점. 엄살을 떨던 이대호는 훈련을 모두 마친 22일에야 자신감 넘치는 속내를 드러냈다.
“수비 걱정 많이 하시는데예, 고등학교 때부터 3루수 마이 봤심더. 4번 타자는 부담되는 건 사실이지만 앞 뒤로 (이)병규 행님하고 (장)성호 행님이 있어서 든든합니더.”
아름다운 패자에서 진정한 승자로
지난 21일 롯데와의 연습경기에서 왼쪽 어깨가 가볍게 탈구되는 부상을 당한 이대호는 22일 마지막 훈련 때 벤치를 지켰다. 다행히 습관성 탈구로 밝혀져 2,3일 후면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초긴장 상태. 그만큼 이대호의 존재는 이제 대표팀에서 절대적이다.
2006년은 ‘덩치만 크고 힘만 좋던’ 이대호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극심한 투고타저 속에서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그러나 ‘순도’에서 떨어진다는 평을 받아야 했다. 결국 투수 3관왕을 달성한 ‘괴물 신인’ 류현진(한화)에게 밀려 페넌트레이스 MVP를 내줬다.
“상 못 받은 거야 어쩔 수 없지예.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 스스로 만족할 만한 성적을 냈으면 된 거 아니겠심니꺼. 내년에도 페넌트레이스보다는 한국시리즈 MVP를 타고 싶습니더.”
기회는 다시 왔다. 김동주의 불참으로 드림팀 붙박이 4번의 중책을 떠맡았기 때문이다. “올 해 보여드렸던 제 실력을 국제대회에서 다시 꼭 입증하고 싶습니더.” 아시안게임 3연패는 그의 방망이에 달려 있다.
부산=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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