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시즌이 모두 끝나고 스키장이 문을 닫은 뒤에도 부상은 남을 수 있다. “좀 쉬면 괜찮겠지”라며 아픈데도 그냥 넘기기 쉬운 인대의 손상은 더욱 그렇다.
뼈는 부러지지 않았지만 무릎의 전방십대인대나 손목의 삼각연골을 다친 뒤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오래 지내면 병을 키울 수 있다. 4,5일쯤 쉬고, 약을 먹으면서 통증이 가라앉으면 괜찮은가 보다 하고 지나치는 게 만성화로 가는 첫 걸음이다. 인대가 손상된 상태에서 계속 관절을 쓰다보면 결국 연골 손상으로 이어져 관절염을 앓게 된다.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유재철 교수는 “부상을 입은 지 1,2년 지나 정말 통증이 심해져 병원을 찾는 환자가 있다”며 “이쯤 되면 인대 손상으로 인한 통증뿐 아니라,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진다”고 말했다.
결국 처음 부상을 당했을 때 정확한 진단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사실 인대의 손상은 X선으로는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처음에 병원에 갔더라도 진단이 안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정밀진단을 받아야 한다. 만약 다친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손목이나 무릎을 움직일 때마다 아프다면 다시 병원을 찾아 정밀진단을 받는 게 현명하다.
무릎의 경우 전방십자인대 손상이 있으면 흔히 십자인대보조기로 관절부위를 고정시키고 목발을 짚어 무릎으로 가는 체중을 줄이도록 한다. 인대가 완전히 파열된 경우에는 관절경을 이용한 수술로 인대를 재건하고 3~6개월간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 손목의 연골이 손상된 경우에는 반깁스나 통깁스로 고정치료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스키장에서 감기를 얻어 고생하는 예도 흔하다. 특히 비염이 있는 경우에는 감기를 거치면서 축농증, 중이염 등으로 악화할 수 있으므로 미리 예방하는 게 좋다. 뜨거운 물에 수건을 담가 코찜질을 해주거나, 코로 식염수를 넣은 뒤 입으로 뱉어내는 세척을 해주면 감기와 비염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손을 깨끗이 씻는 것도 잊지 않는다.
코비한의원 이판제 원장은 “내장 특히 비위(脾胃ㆍ지라와 위)를 보하는 하수오대추차를 마셔 평소 기를 보강해주는 것도 감기 예방의 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하수오 60g, 붉은 대추 24개를 씻어 대추씨를 발라내 물 7컵(1,800㏄)을 넣고 30분간 끓이면 하수오대추차가 된다. 붉은빛을 띤 갈색 덩이뿌리인 하수오와 대추를 건져내고 하루 3번씩 마시면 된다.
◆ 스키어, 스노보더 이런 부상 주의하라
#머리=머리 뒤쪽 타박상. 스노보드 초보자들이 뒤로 넘어지면서 흔히 머리 뒤를 부딪혀 두통을 일으킬 수 있다. 대부분 엉덩이나 등이 충격을 흡수해 심각하지는 않지만 예외적으로 심각한 뇌손상을 입을 수 있다. 초보자는 헬멧을 쓰는 게 좋다.
#어깨뼈=어깨뼈(쇄골) 탈골 또는 골절. 청소년의 경우 어깨뼈 탈골은 재발되기 쉬운 만큼 당분간 스키나 스노보드를 중단하고 치료를 철저히 해야 한다.
#팔꿈치=골절 또는 탈골. 흔하지는 않지만 스노보더들에게 생기는 손상 중 하나다.
#손목=손목 골절, 또는 삼각연골 손상. 스키어들이 가장 많이 다치는 것이 무릎인 반면 스노보드 부상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손목이다. 균형을 잃으면서 넘어지거나 뒤로 떨어질 때 손목을 짚으면서 부상을 입는다. 손목보호대를 착용하는 게 가장 도움이 된다. 골절이 아닌 삼각연골손상은 X선 촬영으로 진단이 어려우므로 경험이 많은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손, 손가락=특히 엄지손가락 부상. 스키의 폴대를 잡은 채 넘어지면 엄지손가락과 바닥 사이에 폴이 끼어 손가락을 다친다. 엄지손가락 부상자 중 폴대를 잡고 있는 경우가 19%, 놓은 경우가 71%다. 넘어질 때 폴대를 놓아야 하며, 손잡이 줄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손가락 부상을 줄이는 길이다.
#몸통=장기 손상. 흔하지는 않지만 정면 충돌해서 배나 가슴의 뼈가 부러지면서 장기손상이 있을 수 있다.
#무릎=무릎 앞 전방십자인대 손상. 스키어들에게 가장 흔한 부상이다. 하체는 스키에 고정된 채 상체만 돌아간 상태로 넘어지기 때문에 무릎의 연골이나 인대가 손상된다. 초보자의 경우 차라리 바인딩이 잘 풀어지도록 약하게 고정하는 게 좋다. 넘어지면서 바인딩이 풀어지면 손목이나 팔꿈치 등을 다칠 위험은 약간 높아지지만 대신 무릎에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정강이=하드부츠 스노보드를 타다가 넘어지면 부츠의 입구 부분이 닿는 정강이뼈가 골절될 수 있다.
#발목=골절. 최근 스노보드의 부츠가 하드부츠에서 소프트부츠로 바뀌면서 무릎부상은 줄어든 반면 발목 손상 위험이 높다.
#코끝 손끝 발끝=동상. 꼭 끼는 스키화나 장갑을 착용해 피가 잘 통하지 않거나, 양말 장갑이 눈에 젖어 축축해질 경우 동상에 걸릴 수 있다. 당뇨병이 있는 중장년층은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데다가 감각이 무뎌 동상이 걸려도 모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 스키장 부상 예방 10계명
1. 넘어지는 연습을 하라. 스키탈 때는 두 팔을 앞으로 뻗어 옆으로 넘어지도록 한다. 팔을 뻗으면 다리는 자연히 모아지게 된다. 이 연습을 하면 전방십자인대 부상이 62% 줄어든다. 보드의 경우 넘어질 때 앉는 자세를 취해 엉덩이에 체중이 실리도록 해야 한다.
2. 넘어진 뒤에는 빨리 일어나 가장자리로 이동한다. 다른 사람과의 충돌을 피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3. 피로를 느낄 때는 본전 따지지 말고 중단한다. 통상 스키나 보드를 탄 지 3시간째 부상률이 높다.
4. 스키나 보드를 타기 전 10분 이상 스트레칭을 해서 근육을 유연하게 만든다. 부상자 중 4분의3이 준비운동을 하지 않았다.
5. 자기 수준에 맞는 슬로프를 즐긴다. 초보자나, 실력보다 난이도 높은 슬로프에서 타다가 부상을 입는 일이 흔하다.
6. 슬로프 상태를 확인하라. 눈이 녹은 곳, 다시 얼어 빙판을 이룬 곳 등의 주의해야 한다.
7. 날씨, 시간을 고려하라. 눈이 내리거나, 오후 3시쯤이 되면 안전한 슬로프로 옮겨 타거나 잠시 쉬는 것이 좋다.
8. 음주, 약물 복용 후 스키, 보드를 타지 않는다.
9. 리프트를 탈 때 서두르지 않는다. 리프트를 타고 내릴 때 부상도 적지않다.
10. 부상시 안전요원을 부른다. 골절이 의심되면 함부로 움직이거나 만지지 말고 부목으로 고정해 의료진을 찾아야 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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