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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로린 마젤의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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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로린 마젤의 충고

입력
2006.11.23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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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필하모닉의 지난 주 서울 공연은 인상적이었다. 음악적 수준에 대해서는 평가할 능력이 없지만, 올해 76세인 로린 마젤의 정력적인 지휘(그의 아버지는 106세다)와 단원들의 치열한 연주가 기억에 남는다.

많은 단원들이 휴식시간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연습을 했는데, 콘트라베이스 주자인 흑인청년은 뉴욕필의 단원이 되려고 오디션이라도 치르는 것처럼 거의 무아지경 상태였다.

로망 롤랑의 저서 <괴테와 베토벤> 에는 '각각의 연주자는 작곡가의 정신과 의도와 조화되게 연주하고, 자신에게 맡겨진 부분을 완전하게 연주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이처럼 정확하고 지적인 자세로 작업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대목이 있다. 뉴욕필의 단원들은 최근 읽은 그 책을 생각나게 했다. 따지고 보면 모든 공연은 청중의 평가를 받는 오디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완전한 연주' 끌어내는 지휘력

완전한 연주를 위한 노력과 그 성과를 이끌어내는 것은 지휘자의 힘이다. 2002년부터 뉴욕필의 음악감독 겸 지휘를 맡고 있는 로린 마젤은 '모든 세대를 위한 음악'을 강조하며 "이제는 우리가 사람들을 찾아가야 한다"는 대중화전략을 세워 그의 색깔대로 새로운 오케스트라를 만들어냈다.

한국에서도 올해 1월 서울시향의 예술감독을 맡은 정명훈이 철저한 오디션을 통한 오케스트라 혁신과 함께 '찾아가는 음악회'라는 대중화전략을 추진해 관객 동원 15만명, 총수입 23억원이라는 유례없는 기록을 세웠다. '찾아가는 음악회'는 내년에 더 늘어난다.

중요한 것은 결국 지휘자, 지도자라는 점을 다시 절감하게 만드는 사례들이다. 오케스트라든 회사든 유능한 개인은 그 조직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킨다. 우두머리가 어떤 사람이며 무슨 생각과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서 조직의 발전 여부가 결정된다.

연임이 예상됐던 어윤대 고려대 총장의 차기 총장선거 탈락 이후, 조직의 우두머리에 대한 논의가 제법 활발해졌다. 그의 탈락 원인으로는 부적격자부터 솎아내게 한 네거티브 선출시스템, 교수사회의 개혁피로증이 지적됐다.

그의 리더십을 비민주적이고 신자유주의적이라고 규정한 사람들은 모든 학과에 영어강의를 강제한 것과 일반 기업의 CEO처럼 대학을 운영한 것을 비판해 왔다. 이 대학의 교수들이 앞장서서 인문학의 위기를 말하고, 자성과 함께 대책을 촉구한 것도 이런 정서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니 "개혁을 거부하고 안정을 취하는 일부 교수들의 불만 때문에 탈락했다"는 어 총장의 발언은 공개 사과 요구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 총장상은 학식과 덕망을 갖춘 학자형이었다가 CEO형이라야 하는 것처럼 인식이 바뀐 지 오래다. 총장은 돈을 많이 끌어들여 대학을 발전시키고 국제화에 앞장서는 사람이 돼버렸다. 어 총장의 실패를 계기로 CEO형 총장의 한계가 부각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후임으로 내정된 이필상 교수는 총장상에 대해 높은 학식과 더불어 경영능력도 갖춰야 하는 양면성을 지적하고, 두 가지의 조화를 강조했다. 이미 대학총장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오명 건국대 총장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론을 거론하면서 똑게(똑똑하지만 게으른 사람)이론을 말했다. 총장 자신은 똑똑해야 하지만 구성원들을 대할 때에는 오히려 게을러야 한다는 말이다.

● 리더는 조화와 소통을 추구해야

다시 로린 마젤로 돌아가면, 그는 내한공연을 앞둔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심히 하는 것이며, 둘째는 관객들과의 의사소통"이라고 말했다. 그 말은 개인이든 조직이든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외부와는 물론 내부의 구성원들과 상호 소통을 잘 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소통이라든지 CEO형과 학자형의 조화가 현실적으로 얼마나 가능할까? 누구나 다 알고 말은 쉽게 할 수 있지만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역시 그래야만 한다. 조직의 우두머리는 구성원 각자가 맡은 부분을 완전하게 연주하도록 유도하면서 조화와 의사 소통 이 두 가지를 항상 잊지 말고 지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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