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도 식후경. 특히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스키어에게는 더욱 그렇다. 잘 먹어야 잘 탄다. 스키장 인근의 맛집들을 찾는다. 최근 굵직한 도로들이 직선화되거나 새로 뚫려 스키장 인근의 맛집 지도가 넓어졌다. 기왕에 먹는 것, 골라 먹자.
# 강원 평창ㆍ강릉ㆍ양양 지역 / 용평리조트, 휘닉스파크, 성우리조트
영동고속도로의 직선화로 강원 동해안까지 먹거리 반경이 확대됐다. 스키를 타고 생선회를 먹고 겨울 바닷바람까지 맞는 호사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용평스키장을 기준으로 강릉시 경포대는 30분, 주문진항 35분, 양양군 남애항 횟집촌은 40분 정도면 닿는다. 경포대 횟집촌은 고급스러운 대신 조금 비싸고, 남애항은 시설은 허름하지만 싸고 알차다. 주문진항에서는 스키장에서 먹을 횟감을 살 수 있다.
평창 지역을 대표하는 먹거리는 황태와 막국수. 눈이 내리면 대관령 지역을 가득 덮은 황태덕장이 장관으로 변한다. 용평스키장 입구의 횡계리에 황태회관(033-335-5795) 등 황태를 요리하는 식당들이 많다. 대부분 오전 6시부터 영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아침에 찾아도 좋다. 막국수를 먹으려면 평창군 봉평면이나 대화면을 찾으면 된다. 메밀 마을인 봉평에서는 현대막국수(033-335-0314), 봉평막국수(033-335-9622) 등이 유명하다. 조금 발품을 팔아 대화면 백조막국수(033-333-2280)를 찾아도 좋다. 인근 주민들이 즐겨 찾는 집으로 정통 산골 막국수를 상에 낸다. 대화면 우회도로를 타면 간판이 보인다.
곤드레돌솥밥과 오삼불고기를 먹을 수 있는 고향이야기(033-335-5430), 만두국이 맛있는 경인식당(033-335-5572) 등이 용평리조트 인근에 있고, 시골청국장에 오삼불고기를 곁들이는 휘닉스파크 부근의 부촌식당(033-333-7237)도 추천할 만 하다.
이 지역 스키장으로 가려면 꼭 들르는 곳이 횡성. 한우로 유명한 고장이다. 횡성 어디에서도 한우식당을 찾을 수 있지만 스키장에서 먹을 고기를 준비하는 것도 좋을 듯. 둔내판매장(033-342-1203), 안흥판매장(033-342-9903), 횡성한우프라자(033-345-6160) 등에서 질 좋은 한우를 살 수 있다.
# 강원 정선ㆍ태백 지역 / 강원랜드 하이원
강원랜드가 있는 고한은 태백시와 붙어 있다. 두 지역을 가르던 두문동재에 최근 터널이 뚤려 지척이 되었다. 태백시에는 도축장이 있어, 고원에서 기른 소와 돼지들이 모인다. 예로부터 고기맛이 좋고 값이 싸 인근의 도계읍, 삼척시, 동해시 등에서 고기를 먹으러 태백시를 찾았다.
태백읍내 황지동에 고기집이 많다. 장류실비식당(033-552-2502), 송림실비식당(033-553-9267), 은소반맛갈비(033-553-9229), 농원한우갈비(033-552-0999) 등이 알려져 있다.
고한읍에서 약간 이동하면 강원산골 특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곤드레나물밥을 먹을 수 있다. 예전에는 보리고개를 넘는 구황식품이었지만 이제는 건강식으로 이름이 높다. 은은한 향기의 곤드레나물이 밥과 찰떡궁합을 이룬다. 정선소금강을 끼고 난 421번 지방도로로 정선군 남면의 화암관광지 일대로 이동하면 온통 곤드레나물밥집이다. 화암동굴 입구에 특히 밀집되어 있다.
정선은 5일장으로 유명한 곳. 끝자리가 2, 7일인 날에 읍내에서 장이 선다. 읍내는 스키장에서 조금 멀다. 약 1시간. 장에는 강원도의 산해진미는 물론, 도시 사람들이 신기해 할 산골 물산이 집합한다. 장에 나섰다면 꼭 먹어봐야 할 것은 메밀전병, 올챙이국수, 메밀전, 옥수수막걸리 등등.
기왕에 읍내까지 나섰다면 황기족발과 콧등치기국수를 빼놓지 말 것. 황기와 함께 푹 삶은 황기족발은 연하고 향이 독특해 질리지 않는다. 계속 입에 들어간다. 콧등치기국수는 너무 맛있어 급하게 후루룩하다보면 면발이 콧등을 탁 친다고 해서 이름이 붙은 메밀칼국수. 시골된장과 우거지등을 넣은 국물이 구수하다. 장터에서 조양강 다리를 건너 정선역 인근의 동광식당(033-563-0437)이 황기족발과 콧등치기국수를 함께 하는데 무척 유명하다.
강원랜드로 가려면 10중 9는 거치는 곳이 영월. 우회도로가 생겨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장릉보리밥집(033-374-3986)은 꼭 들러야 하는 곳. 단종의 능인 장릉 바로 옆에 있다. 직접 담근 된장과 푸성귀, 두부 등을 써서 강원도의 향토맛을 진하게 연출한다. 손님이 많아 때가 늦으면 밥이 떨어질 때가 많다. 미리 확인해야 한다.
# 전북 무주ㆍ충남 금산 지역 / 무주리조트
무주의 대표먹거리는 뭐니뭐니해도 어죽. 민물고기를 갈아넣고 고추장으로 간을 맞춘 후 수제비를 띄워 낸 별미이다. 큰손식당(063-322-3605), 읍내 군청 뒤의 금강식당(063-322-0979) 등이 유명하다. 구천동계곡의 산채음식도 찾을만하다. 구천동별미가든(063-322-3123) 등이 군에서 추천하는 산채비빔밥집. 구천동 입구의 전주한국관(063-322-3162)에서는 개운한 표고버섯국밥을 맛볼 수 있다.
무주리조트로 가자면 대부분 대전-통영고속도로를 지난다. 수도권에서 출발한다면 무주에 닿기 전에 충남 금산군을 지난다. 대도시인 대전의 인근 나들이터(서울의 양평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금산은 먹거리 천국이다. 인삼의 본고장답게 삼계탕을 필두로 소고기로 유명한 복수 한우촌, 장어촌, 금강 상류인 천내강을 중심으로 한 어죽촌 등 메뉴가 다양하다. 스키장으로의 걸음이 바쁘니 금산IC에서 가까운 두 가지 메뉴만 선택한다면 어죽과 삼계탕이다.
금산IC에서 빠져 우회전, 10여 분을 달리면 천내강이 나타난다. 이 곳의 식당은 모두 도리뱅뱅과 어죽을 전문으로 한다. 무주의 어죽이 고추장과 된장으로 간을 맞춘다면 이 곳의 어죽은 고기맛으로만 맛을 낸다. 허연 풀국 같은 것을 거의 대야 수준의 냄비에 담아낸다. 도저히 다 못 먹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은근한 맛에 끌려 자꾸 숟가락이 간다. “배불러 배불러”하면서도 한 냄비 뚝딱은 기본이다. 원골식당(041-752-2638)이 유명하다.
금산IC에서 죄회전하면 바로 금산읍내이다. 금산시장 안에 삼계탕집들이 있다. 지역 주민들이 으뜸으로 치는 집은 원조삼계탕(041-752-2678). 인삼을 넉넉하게 넣고 걸쭉하게 끓인 삼계탕 한 그릇이면 추위는 끝이다.
글ㆍ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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