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식이냐, 신체보호냐. 의복착용 동기를 대표하는 두 이론중 올 겨울 설원의 승자는 단연 장식(패션). 스키ㆍ보드 애호인구가 400만을 넘나드는 시대, 대부분의 제조업체가 스키ㆍ보드복에 필요한 기능성을 확보한 상태에서는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눈꽃의 여왕처럼 세련된 자태를 자랑해서 나쁠 것 없다. 더구나 올해 스키ㆍ보드복의 트렌드는 거리패션과 기능성 스포츠웨어가 이종배합된 하이브리드(hybrid). 어느 해보다 패션성이 강조되면서 방금 도심의 거리에서 쏙 빠져나온 듯한 패션애호가들이 화려한 활강을 선사한다.
설원에서도 S라인은 살아야한다
올해 스키ㆍ보드복의 특징을 날씬한 허리다. 남녀 패션 전반에 걸쳐 S라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설원의 스포츠에도 영향을 미친 결과다. 특히 스키복은 벨트를 이용해 허리를 잘록하게 표현하는 것이 대세. 헤드 디자인실 이효정 실장은 “스트리트룩으로 입어도 무방할 만큼 하이브리드가 중시되면서 80년대 엘레강스 무드를 반영한 디자인이 인기”라고 말한다.
스노보드복에서는 크고 헐렁한 힙합 스타일이 퇴조하고 몸매를 살리는 디자인이 주종을 이룬다. EXR코리아 마케팅팀 임주용씨는 “예전엔 상하의 모두 착용자의 신체 보다 2치수 이상 크게 입었지만 올해는 하의는 활동성을 고려해 그대로 두되 상의는 1치수 정도만 허용, 전반적으로 상체의 곡선을 살리는 추세”라고 전한다. 상의를 작게 입는 거리의 유행이 보드복에도 불붙은 셈이다.
원색은 지고 블랙 & 화이트가 뜬다
패션성이 강조되면서 일상복에서의 유행인 미니멀리즘이 스키ㆍ보드복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화려한 원색 대신 흰색과 검정, 회색 등 시즌 유행색상이 대거 도입됐다. 특히 검정색의 파워가 압도적이다. 휠라 디자인실 구소연 실장은 “화려한 장식보다 절제된 디자인과 색상을 통해 세련미를 강조하기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포인트 색상으로는 역시 유행색인 황금색과 은색이 많이 사용됐고 원단 표면에 펄 코팅을 해서 은은한 광택을 살려준 제품들도 주목된다. 분홍이나 녹색 빨강 등 전형적인 포인트 색상은 이전보다 한 단계 가라앉힌 듯 차분하게 표현됐다.
모피, 체크무늬, 골덴…소재는 다양해야한다
퍼(furㆍ모피)의 다채로운 활용도 주목된다. 모피는 남녀복 모두에서 모자의 테둘레에, 점퍼 깃이나 소매선에, 조끼의 진동둘레에 광범위하게 쓰였다. 우선 따뜻한데다 귀족적인 느낌을 살려주는 것이 장점.
설원과 도시의 거리를 모두 아우르는 겸용성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합성섬유 일색이던 소재의 다양화도 눈길을 끈다. 일상복 느낌이 강한 스노보드복에 두드러진 현상으로 골덴(코듀로이)이나 데님 소재에 체크 또는 줄무늬를 넣은 이색 소재들이 선보였다. 대대분 방수코팅을 해서 기능성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이 업체측의 설명이다.
방수, 보온, 투습…기능성은 기본이다
기능에 관한한 평준화가 이루어졌다고 해도 무방하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보온성이 탁월한 씬슐레이트, 방수투습성이 좋은 고어텍스와 더미작스, 땀냄새와 악취를 제거해 쾌적함을 유지해주는 항균 은나노 소재 등 기능성 소재를 사용해 웬만한 스키ㆍ보드복의 필수기능을 만족시킨다.
착용자의 편의성을 고려한 다양한 액세서리들도 눈길을 끈다. 운동시 몸에 난 땀과 습기를 배출하기 위해 겨드랑이부분에 지퍼여밈의 통풍구를 만들거나, 리프트권을 매달 수 있는 고리를 설치하고 휴대폰 지갑 등 소지품을 수납할 수 있도록 벨트쌕이나 다양한 주머니들을 배치했다. 무릎과 어깨 팔꿈치 등 관절부위엔 넘어졌을 때 충격을 흡수해주는 보호대를 장착한 제품도 많다.
구입시 주의사항
외부의 눈이나 습기가 옷속으로 스며들지않도록 하는 내수압과 운동으로 인한 땀이나 수증기를 외부로 빼내는 투습도는 언뜻 상반된 개념이지만 스키ㆍ보드복의 필수기능이자 핵심 기술력을 말해주는 수치다.
내수압은 흔히 방수력이라고 부르는 데 mm단위를 쓴다. 내수압 1만mm이상이면 안심. 원단 위로 10m의 물기둥을 세워도 물이 스며들지않는 것을 의미한다. 내수압이 높을수록 방수력은 높다.
투습도는 시간당 1m² 면적의 옷 표면에서 배출하는 땀의 양(g)을 의미한다. 7,000g 정도면 만족스럽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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