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설원이 문을 열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스키 시즌이 시작됐다.
이번 2006~2007 시즌엔 스키장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강원 정선의 ‘하이원’과 원주의 ‘오크밸리스노우파크’ 스키장이 새롭게 문을 열기 때문이다. 강원랜드가 운영하는 하이원 스키장(슬로프 연장 21km)은 용평(32km)과 무주(22kmㆍ오픈 슬로프 기준)에 이어 3번째로 큰 규모다.
장거리라는 교통의 단점을 만회하기 위해 국내에선 처음으로 ‘스키열차’가 도입된다. 9면의 슬로프를 갖춘 오크밸리스노우파크는 규모는 작지만 고급 시설과 서비스로 ‘고객이 대접 받는 스키장’이란 새 모델을 보여주겠다며 기세가 등등하다.
기존의 스키장들은 슬로프를 넓히고 리프트의 속도를 업그레이드하는 등 시설확충에 돈을 쏟아 붓고, 손님들 마음을 빼앗을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느라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쾌적한 해외 스키장을 다녀온 스키어들이 급증하면서 고객들의 눈높이도 그만큼 높아졌기에 리조트들의 고민은 쉽지 않다. 스키장들의 치열해진 경쟁 덕에 즐거워지는 건 스키어와 스노보더들이다. 예년에 비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설원을 질주하게 됐다.
국내 스키의 역사는 썰매와 설피를 쓰던 아주 오래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리프트를 갖춘 스키장의 역사는 이제 30년이 조금 넘었다. 1975년 용평이 처음 문을 연 이후 스키는 부자들만의 운동에서 대중스포츠로 자리를 잡았고, 15곳에 이르는 스키장들이 불꽃 튀게 경쟁하는 ‘스키장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었다.
76년 알프스가 용평에 이어 진부령에 스키장 문을 열었고, 80년대 초반 스타힐(구 천마산), 양지, 베어스타운, 서울리조트 등이 수도권에 집중적으로 들어서 스키 대중화를 이끌었다. 이후 90년 무주가 들어서며 스키장은 크게 요동쳤다. 무주는 당시 ‘스키장의 이단아’였던 스노보더들에게 슬로프를 내주었고, 불과 몇 년 후 현대성우(95년 개장)는 시작부터 스노보더를 위한 광폭의 슬로프로 승부를 걸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잠시 주춤했던 스노보드 열기는 99년 이후 PC통신과 인터넷의 물결을 타고 온라인 동호회가 우후죽순 생겨나며 크게 타올랐다. 이젠 모든 스키장들의 주된 타깃이 젊은 스노보더가 됐고 이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인적, 물질적 투자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시즌 하이원과 오크밸리스노우파크가 개장했고, 2008년이면 태백의 서학리조트, 경기 광주의 LG 곤지암리조트, 대관령의 알펜시아리조트가 또 문을 열 계획이다. 스키장들도 이제 본격적인 생존경쟁을 벌여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올해 일부 스키장들은 개장일 선점을 위해 치열한 눈치작전을 펼쳤다.
개장일을 예정보다 무리하게 앞당겼다가 갑자기 내린 비 때문에 개장을 연기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쟁에서 밀려 도태되는 스키장도 생겨났다. 용평과 함께 국내 스키시장을 선도했던 알프스리조트가 도산해 이번 시즌에는 오픈 자체도 불투명하다. 스키장 무한경쟁이 시작됐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