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금융기관의 임금 인상 적정성을 논의하기 위한 첫 회의가 해당 노조들의 회의장 점거로 파행을 겪었다. 정부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회를 통해 방만한 경영과 고임금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아온 국책금융기관의 과도한 임금 인상에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단체협약 체결권 자체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2일 오전 8시께 국책금융기관 소속 노조원 20여명이 ‘국책금융기관 경영예산 심의회’ 1차 회의가 예정된 서울 은행회관 14층 중회의실을 점거한 채 ‘재경부는 노조 단체협약권한을 침해 말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예정 시간에 회의가 무산되자 노조원들도 별다른 물리적 충돌 없이 철수했고, 이후 회의는 같은 건물 16층 뱅커스클럽으로 장소를 옮겨 개최됐다.
우여곡절 끝에 회의가 열리기는 했지만 노조가 “향후 지속적으로 심의회 활동을 저지하겠다”고 밝혀 마찰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초고액 연봉 등 국책금융기관의 방만한 경영이 문제가 되자 지난달 ‘국책금융기관 경영예산 심의회’를 구성해 예산승인 및 경영평가를 맡도록 했다. 심의회 위원장은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이며, 회계 및 경영평가, 학계 전문가 6명이 참여하고 있다.
심의회는 이날 회의에서 내년부터 한국은행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등 7개 국책금융기관의 인건비, 급여성 복리후생비, 성과급 등의 인상률을 심의하기로 했다. 심의회는 “감사원ㆍ국회 등의 지적사항을 반영해 가급적 임금인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사실상 국책금융기관의 임금이 동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심의회는 국책금융기관들이 급여성 복리후생비를 늘려 사실상 임금을 높여온 것에 대해, 복리후생비의 성격을 구분해 급여성 복리후생비는 총인건비에 포함하도록 했다. 특히 명칭을 막론하고 급여성 경비는 인건비나 급여성 복리후생비 이외의 예산항목에서는 절대 지급할 수 없도록 했다. 또 인건비성 예비비도 편성목적과 다른 보수 보전적 용도로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산업, 기업, 수출입은행에 대해서는 심의회가 내년부터 직접 경영평가를 실시해 기관별로 임직원의 인센티브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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