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가 내달 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뜨거워지고 있다.
남미의 좌파 반미 세력을 이끌어온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 되지만 최근 보수세력을 대변하는 야당인 사회민주당 소속 마누엘 로살레스 술리아주 주지사의 지지도가 급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차베스는 지지율에서 20%포인트 이상 로살레스를 앞서고 있다. 여기서 눈 여겨 볼 대목은 8월까지만 해도 9%에 불과했던 로살레스의 지지율이 2~3주 전부터 30%대로 올라서는 등 상승세에 탄력이 붙었다는 점이다.
유력 여론조사기관인 에반스 맥도너사가 7일 실시한 조사에서 차베스 대통령과 로살레스 주지사의 지지율은 각각 57%와 35%로 차이가 22% 포인트로 좁혀졌다. 더욱이 이번 주초 투표 의사층 조사에서는 양측이 백중세를 보였다는 결과까지 나왔다. 이를 반영하듯 워싱턴 포스트는 19일 “차베스 대통령의 정책 실패가 야당 후보의 기를 살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살레스의 상승세는 ‘반(反) 차베스 세력’의 결집과 차베스 대통령의 경제실정을 철저히 파고 드는 선거전략이 주효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보수층은 차베스가 고유가로 벌어들인 돈으로 아르헨티나의 국채를 인수하고, 아프리카에 무상 원조에 나서는 등 돈을 물쓰듯 하면서도 산적한 국내 문제들을 등한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국내에서는 증가하는 범죄와 높아지는 실업률, 지난달 올해 최고인 15.5%까지 치솟은 인플레이션, 부정부패 등 차베스의 성적표는 낙제점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로살레스의 상승세가 차베스를 꺾는 대 이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차베스가 의회와 사법부 등 정부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데다 식량지원 문맹퇴치 보건 등 사회복지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 국민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저소득층으로부터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석유회사는 올해 9월까지 정부의 사회복지프로그램에 83억 달러를 지원했다.
차베스의 핵심 측근인 마르틴 파체코는 “차베스의 지도력은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인정 받고 있다”며 “총 1,600만 유권자 중 1,000만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큰 소리를 쳤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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