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차원을 넘어 체제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22일 가동된 ‘부동산대책 및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한 말이다. 국민적 분노가 들끓고 있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 우리당이 느끼고 있는 부담과 위기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시간이 넘게 진행된 이날 회의는 내내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였다. 회의 첫머리에서부터 김 의장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며 “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경 부동산특위 위원장도 “내 집 마련이라는 서민의 소박한 꿈을 되찾아주지 않는다면 정치가 자기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우리당이 이날 가닥을 잡은 부동산대책의 핵심은 분양원가의 전면 공개와 환매조건부 및 토지임대부 분양제도 전면 시행, 분양가 인하,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 확대 등으로 요약된다. 구체적인 시행방안과 적용 시기는 24일부터 5회에 걸쳐 집중 논의키로 했으며,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내달 9일까지 최종안을 확정해 지도부에 보고할 예정이다.
우리당은 이 과정에서 정부를 적극 견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 의장은 “부동산 정책을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일부 경제관료가 있는데 그래선 안 된다”며 “대통령이 약속한 분양원가 공개도 일부 정책 책임자가 다른 뉘앙스로 발언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도 “정부가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 확대라는 점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결국은 투기세력만 득을 볼 것”이라며 “여당이라고 해서 무조건 정부 정책을 감싸진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을 향해선 정책협의 가능성을 내비침과 동시에 부동산 보유 실태를 비판하는 등 부동산 문제를 정책이슈화 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이 위원장은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최근에 제시한 토지임대 후 분양제를 거론하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 구분없이 머리를 맞대자는 제안인 셈이다. 하지만 논평을 통해선 “한나라당 의원 53%가 버블세븐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며 “부동산세와 관련해 8ㆍ31 대책 이전으로 돌아가자고 기를 쓰는 이유를 알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우리당이 부동산 문제에 팔을 걷고 나섰지만, 당장 분양원가 공개 문제만 해도 정책위와 관료출신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아 난항이 불가피해 보인다. 일각에선 “특위 위원장과 간사에 이미경ㆍ이인영 의원을 임명한 건 김 의장이 본인 생각대로 부동산 정책을 끌고가겠다는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부동산 정책을 놓고 노선갈등이 불거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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