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온 집에 텔레비전이 나오지 않아 유선방송을 신청했더니 덤으로 인터넷 선을 설치해줬다. 그런데 내 노트북 컴퓨터에 인터넷과 연결할 램이 없다는 것이다. 가까운 곳에 '클린 PC'란 간판이 붙은 가게가 있어 노트북 컴퓨터를 갖고 가봤다. 1년 전에 생긴 가겐데 그 동안 소 닭 보듯 지나쳤었다.
'컴퓨터 조립 판매/ 수리 전문점/ 출장 AS'라 적힌 유리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가니 두어 평 남짓한 공간에 빼곡히 컴퓨터 부속이 들어차 있다. 구석 테이블 뒤에서 주인 청년이 일어나 맞았다.
램 가격이 5만 원이라 했다. 내 노트북은 3년 전 친구 회사가 업무용 컴퓨터들을 교체할 때 쓰던 걸 하나 얻은 것이다. 램을 달기에 너무 낡은 게 아닌가 생각하며 "조립 컴퓨터는 얼마예요?" 물었다.
60만 원이라고 했다. 램 값을 빼면 55만원. 순식간 5만 원 이익 보는 게 솔깃해서 조립 컴퓨터를 사기로 했다. 뜻밖의 지출이라 부담스러웠는데, 청년이 내 책상에서 스피커까지 딸린 버젓한 컴퓨터로 이런저런 포털 사이트에 연결도 해보고 음악도 틀어주니 손뼉이 절로 쳐졌다. 이제 집에서 이메일을 보낼 수도 있다! 그런데 왠지 문화적 순결을 잃은 듯….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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