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이너만 살고 가수는 죽는다.’
인기 가수들이 대거 컴백한 올 가요계 풍경이다. 오락 프로그램과 드라마 출연 등 음악외 활동에도 적극적인 엔터테이너형 가수들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반면, 음악 활동에만 주력한 가수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가수가 음악 활동만으로 생존하기 어려워지면서 대중음악산업의 몰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스타들의 화려한 컴백에도 불구하고 연말 가요 시상식 폐지 등 우울한 소식들로 가득한 가을 가요계를 돌아본다.
가수? 엔터테이너!
‘빅3’로 꼽힌 비, 세븐, 동방신기는 앨범 발표와 더불어 각종 온ㆍ오프라인 가요 차트 1위를 차지하는 등 선전을 했다. 그러나 이들의 성공은 국내 음원시장보다 바깥에서 더욱 빛났다. 세븐의 드라마 <궁s> 출연은 새 앨범 이상의 화제를 모았고, 비는 12월부터 세계 12개국에서 여는 월드투어 의 공연 티켓 판매와 CF 등으로 음원 판매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거뒀다. 궁s>
벅스뮤직의 김승현 마케팅팀장은 “이들의 음원이 가요 차트에서 최고의 성적을 올리긴 했지만 수익은 과거처럼 엄청난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들의 컴백이 불황에 허덕이는 가요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음악뿐 아니라 연예계 각 분야에서 각광 받는 이들의 스타성만 증명된 셈이다.
오락 '외도'가 희비 가른다
음악 활동만 하는 가수들의 성적은 저조했다.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의 10집 앨범 는 온라인 음원 차트에서 50위권 밖에 머물렀고, 1집 30만장, 2집 2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던 빅마마의 새 앨범 , 자우림의 는 음반 판매 사이트 한터차트 기준으로 채 5만장을 판매하지 못했다. 반면 오락 프로그램 활동을 병행하는 MC몽은 모바일 음원 매출만 10억원 이상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가수마다 부침이 있기 마련이지만, 오락 프로그램과 연기 활동이 아니면 노래를 알리기조차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이승환의 소속사인 구름물고기의 이홍철 대표는 “음악에 전념하는 가수들은 공연과 시청률 낮은 몇몇 음악 프로그램 출연 외에 홍보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음악은 죽고, 시상식도 사라지고
이러다 보니 드라마 출연과 컬러링같은 온라인 음원 수익 등에 의존하지 않는 순수 음악 산업은 몰락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자우림의 김윤아는 “음악이 독립된 창작품이 아닌 상품 취급을 받는 현재의 한국 음악계는 망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승환은 음반산업의 불황을 이유로 9집 을 CD로 내는 마지막 정규 앨범이라고 선언했다. 세븐, 비, 이승철 등이 연말 TV 가요 시상식 불참을 선언하고, MBC는 가요 시상식을 폐지키로 했다. 이제는 시상식마저 ‘없어도 그만’인 상황인 것이다.
희망가를 부를 날은?
현재로서는 음악산업의 부활을 위한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불법 mp3 파일 다운로드의 유료시장 전환, 가수에 대한 온라인 음원 수익 배분율 인상 등 제도적 정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실행에 관해서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식 논의만 무성하다. 이승환은 “음악계가 다시 살아나 ‘이번이 CD로 내는 마지막 정규앨범’이라는 말을 번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과연 그런 날이 올까.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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