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뮤지컬 '황진이' 힙합에 춤추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뮤지컬 '황진이' 힙합에 춤추다

입력
2006.11.22 23:45
0 0

“천한 신분 때문에 부당한 대우에 얽매여야 했던 황진이가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보여준 자아 의식에 감명 받았어요.” 타이틀 롤을 맡은 서정현의 말.

“인습을 거부하며 자신의 규칙을 스스로 만들어 지킨 당당한 여성으로 황진이를 그리겠어요. 내 안에도 황진이 같은 당당한 면이 있거든요.” 더블 캐스팅된 문혜원의 자신이다.

조선 시대 명기 황진이가 환생한다. 스탠딩컴퍼니의 뮤지컬 <황진이> 는 그녀를 선구적 페미니스트로, 멋과 예술을 아는 특별한 인문주의자로 재탄생시킨다.

“기생은 곧 말하는 꽃”이라는 인식이 고착돼 있던 조선 시대라는 시간적 한계를 벗어 던진 이미지들이 지금 이 곳을 반긴다. TV나 영화 등 황진이를 소재로 한 각종 영상물들에 비해 더욱 현대로 밀어 부친 무대 어법이다. 꽃을 주제로 한 파격적 복식, 탐미적 영상과 조명, 재즈와 클래식 등 서양 음악 어법 속에 녹아든 고전 무용, 역동적인 동선 등은 기존의 사극에서 찾아보기 힘든 시도다. 이를테면 퓨전 사극 뮤지컬인 셈. 역사적 인물이긴 하지만 객관적 사료보다는 윤색돼 전해져 오는 분량이 지배적이라는 현실적 이유도 한몫 한다.

특히 한국의 전통 악기를 일절 배제한 음악에는 서구의 탐미적 이미지가 가득하다. 구체적 배경을 일일이 제시하는 여타 장르와 달리 작가적 상상력이 자유롭게 숨쉰다. 서정적 선율에 솔 발라드, 나아가 힙합까지 구사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영화 <청연> 과 <인디언섬머> 로 두 차례나 대종상 음악상을 거머쥔 작곡가 미하엘 슈타우다허(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과 교수), 2006 대종상 영화제에서 의상상을 탄 정경희 씨 등의 참여로 무대는 시청각적으로 동서의 예술적 요소가 조화를 이룬 새 경지를 보여준다. 제작비 15억원.

무대는 선비 이생에게 모든 것을 바치는 사랑의 화신으로 황진이를 그린다. 갖가지 꽃의 이미지에서 파생한 영상물, 현대적인 선과 색상이 황진이로 환생한다.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시와 노래 등 무대에서 펼쳐질 각종 풍류다.

200대 1의 경쟁을 뚫고 더블 캐스팅된 서정현ㆍ문혜원의 연기 대결도 관심을 끈다. 서정현은 지난해 일본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겨울 연가> 에 출연, 순수한 여인으로서의 이미지를 얻었다. 문혜원은 록 밴드 ‘뷰렛’의 보컬로 1만5,000여명이 가입한 팬 카페를 확보하고 있다. 그는 “영화나 드라마의 평면적 한계를 뛰어 넘어 무대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보여줄 동양적ㆍ서양적 이미지의 대결도 관심.

봄의환 작, 박원근 연출. 25~12월 25일 유니버설아트센터. 화~금 오후 7시 30분, 토ㆍ일 3시 7시30분. (02)598-1110

장병욱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