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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회장의 행복경영/<하> 글로벌리티를 높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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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회장의 행복경영/<하> 글로벌리티를 높여라

입력
2006.11.2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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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서린동에 자리한 SK㈜ 본사. 엘리베이터를 타면 벽면 한 켠에 설치된 모니터에서 중국어 강의가 흘러나온다. 직원의 20%가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SK가스 직원들도 아침 7시부터 중국어 강의를 듣는 것으로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현재 중국어 학습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곳은 그룹내 11개 계열사나 된다.

중국 열풍의 진원지는 최태원 회장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글로벌리티'(Globalityㆍ글로벌화의 정도 또는 글로벌 역량을 뜻하는 신조어)라는 새로운 화두를 꺼내 들었다. 최 회장은 "중국은 더 이상 수출시장이 아니라 내수 시장이다.

중국 중심의 글로벌리티를 강화하자"고 역설했다. 올해 들어서는 "중국에 제2의 SK를 건설하자"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사실 최 회장은 미국 유학파(시카고대)이면서도 두 자녀(15세, 10세)를 베이징으로 보냈을 만큼, 중국에 대한 관심이 열정적이다.

그룹 관계자는 "행복경영이 총론이라면 글로벌리티는 각론에 해당한다"며 "세계시장에서 행복의 원천인 기업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이자 방법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리티 제고는 스포츠로 치면 원정경기도 홈경기처럼 잘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자는 것으로 원정경기 장소로 우선 중국을 지목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개념조차 생소한 '글로벌리티'라는 용어안에는 SK의 고민과 의지가 함축되어 있다. SK그룹은 중국에 진출한 지 15년이 됐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주력 업종인 정유와 정보통신 부문이 공교롭게도 중국정부의 인허가를 얻어야 하는 기간 산업인 탓이다. 지금처럼 대륙 공략이 더디게 진행될 경우, 급변하는 거대시장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마저 팽배해 있다.

때문에 최 회장은 '중국 중심의 글로벌리티'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달리 표현하면 '중국과 한몸 되기(China Incider)' 전략인 셈이다. 업종 특성상 '중국의 SK' 아닌 그저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SK'로 머물러 있는 한, 중국에 뿌리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시장에 진출한다고 하는데 평소 중국신문은 보고 있는가"(3월 신임 임원과의 대화), "글로벌리티를 높이려면 해외매출 뿐 아니라 언어, 생활습관 등 문화까지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6월 임원회의)며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중국에서의 글로벌리티는 서서히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SK텔레콤은 지난 6월 중국 제2이동통신 사업자인 차이나유니콤과 CDMA분야 포괄적 협력제휴를 맺고, 10억 달러 규모의 전환사채도 매입해 중국 통신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SK네트웍스도 지난 5월 선양에 SK 주유소 2곳을 연데 이어 연말까지 10여개, 내년까지는 30여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물론 최 회장의 시선은 중국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지난달 말 베이징에 들러 '베이징 포럼'에 참석한 뒤 곧바로 베트남으로 날아가 그룹 최고경영자(CEO)세미나를 이끌었다.

최 회장은 오는 24엔 3박4일간 중동 두바이를 방문, SK㈜ 이사회를 현지에서 주재할 예정이다. 그룹 관계자는 "중국의 SK, 베트남의 SK, 나아가 중동의 SK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해외에서 신성장 동력 발굴과 함께 아시아의 에너지ㆍ통신 시장이 하나로 통합될 것이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리티를 강조하는 것 같다"며 "글로벌리티가 성공하려면 현지에서도 고객을 향한 행복경영이 뿌리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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