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22일 ‘논술교육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다. 교사 논술교육 연수 확대, 논술교육동아리 지원, 초ㆍ중학교 정규 교과에 논술 관련 내용 반영 등이 핵심적인 내용이다.
그러나 이 방안을 놓고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일선 교사들을 중심으로 “대학이 지향하는 통합형 논술고사를 학교에서 가르치려면 교육과정 개편이 필수적인데도 ‘땜질 처방’만 하겠다는 발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어떤 내용 담았나
우선 초ㆍ중학교 국어교과에 논술과 관련된 내용을 대폭 반영토록 했다. 내년 2월 교육과정 개정 내용 고시 때 이런 내용을 포함시킨 뒤 교과서에는 2009학년도부터 단계적으로 반영한다는 게 교육부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설명문 실험보고서 요약문 논증문 서평 시평 제안서 사설 칼럼 등이 교육과정에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교 교사들의 논술지도 역량을 키우기 위해 공모를 통해 논술교육동아리를 모집한 뒤 적극 지원한다. 논술지도 연구활동 및 연수, 프로그램 개발 및 적용 등의 역할을 맡게 될 논술교육동아리는 전국적으로 1,000개팀을 선정해 팀당 500만원을 지급한다.
내년까지 1만4,000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논술교육 연수도 실시한다. 교육부는 이렇게 되면 전국 일반계 고교(1,437개교) 1곳당 평균 10명 이상의 교사가 논술 연수를 끝마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실효성 논란
하지만 교육부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현행 학교 논술교육의 가장 큰 문제가 모호하기 짝이 없는 교육과정인데도 이를 살짝 손질만 한 채 내실화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서울대 사대의 한 교수는 “논술 추세가 ‘통합형’으로 가고 있지만 학교 교과는 ‘분리형’이어서 논술도 과목별로 각각 이뤄진다”며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교과 간 통합수업이나 토론형 수업 등 새로운 수업방식을 개발해야만 효율적인 논술 공교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교재나 매뉴얼 등 기본적인 ‘논술 인프라’ 구축 부분이 빠져 있는 것도 거슬린다. 서울 K고 논술담당 이모(43) 교사는 “각 교과서에 그냥 반영하는 수준으로는 안되고 제대로 된 논술 교재나 교육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며 “가뜩이나 통합형 논술로 부담스러운 판에 무기가 있어야 전쟁을 치를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학교 논술교육을 강화키로 한 이상 결국 대학입시용 논술수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경기 고양시 일산구 P고 김모(40) 교사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수험용 논술’을 원하고 있어 논술학원 수준의 수업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학교 논술에 만족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다시 학원 등 사교육 시장을 전전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우려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