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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근 교수 與비공개 모임서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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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근 교수 與비공개 모임서 쓴소리

입력
2006.11.2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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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 하면 우선 떠오르는 이미지는 성난 얼굴이다. 지나치게 개혁에 집착해온 여권이 융통성 없이 너무나 단호하고, 쌀쌀하고, 성난 얼굴로 국민을 쳐다보니 국민들도 여권을 성난 얼굴로 대하게 됐다.”

21일 저녁, 국회 열린우리당 의장실에서 비상대책위원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회의가 열렸다. 한국 사회의 현실 진단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서울대 사회학과 송호근 교수는 이 자리에서 “여권은 도덕성, 개혁성만 내세웠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경제 정책에서 실패했다”면서 여당을 향해 뼈아픈 비판의 말들을 쏟아냈다. 그는 “여권이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는데 오히려 오만했다”면서 “대선을 앞두고 주변에 견고한 적들을 상당히 많이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여당이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종교 사학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한 점을 강조하면서 “세계 어느 나라에서 종교쪽이 등 돌리게 만들어 놓고 집권한 적이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재집권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고언했다.

송 교수는 국가보안법, 사학법 등 개혁 입법 추진에 집착한 점을 지적하면서 “여권이 무리하게 개혁을 추진한 것이 문제였다”면서 “국민보다 2,3보 앞서 가면서 국민을 계몽 대상으로 여긴 점이 잘못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본래 진보ㆍ개혁 세력은 결속력이 강하지만 보수세력은 조직화를 잘 하지 못한다”면서 “그런데도 여권은 사학법, 국보법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수 세력의 조직화와 결속을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국보법 문제에서도 대체입법 같은 중간 단계를 거쳤으면 달랐을텐데 너무 앞서 나갔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참여정부의 일방적인 ‘도덕적 우월주의’도 패착으로 지적했다. 그는 “정권 초기에는 도덕성과 개혁성을 내세워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임기 후반에는 경제 성과가 더 중요하다”며 “그런데 여권은 경제적 성과를 내지 못했음에도 정치개혁 성과만 강조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또 “이념적 퍼포먼스(성과)에 너무 치우치고 경제적 퍼포먼스는 너무 약했다”고 나무랐다. 한 비대위원은 이를 두고 “여권이 설계 도면만 계속 그렸지 자장면 한 그릇이라도 만들어서 국민들에게 잡숴 보시라고 하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송 교수의 진단에 대부분의 비대위원들은 공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송 교수는 우리당의 신당 창당 추진 등 다양한 해법에 대해 거론했으나 “상황이 복잡해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14일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김헌태 소장이 우리당 비상대책위원들과 만나 쓴 소리를 했다. 김 소장은 이 자리에서 “여당이 복잡한 정체성을 아우르며 정확한 노선을 그리는 정당을 만들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결국 정체성과 리더십의 혼란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특히 여권이 추진하는 정계개편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대선이 1년 남은 시점에서 정당끼리 뭔가 해보려는 세력간 결합은 무의미하다”면서 “차라리 각자의 노선과 입장에 따라 갈라져 원점으로 돌아가는 정계개편이 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당은 최근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신랄한 비판의 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김 소장과 송 교수 등을 잇따라 초청해 여권의 위기 원인과 해법에 대해 특강을 들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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