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재개를 앞두고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계좌 동결문제를 둘러싼 신경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31일 합의된 6자회담 재개 시점과 북한 핵폐기 성과가 BDA 해법 찾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다.
일단 BDA 해법 찾기를 위한 물밑 움직임은 활발하다. 20일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만나 6자회담 재개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이 가운데 핵심은 BDA 문제.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 남아 있는 BDA 관련 인식 차이를 조율하기 위해 미중 수석대표가 만났다”며 “양측의 인식차가 이어질 경우 6자회담이 재개된다고 해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미중간 협의는 바로 결론을 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적으로 “6자회담에서 일단 논의할 것이라는 약속을 했을 뿐”이라는 미국과 “미국이 BDA 문제 해결을 약속했기 때문에 6자회담에 나간다”는 북한의 동상이몽이 발목을 잡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BDA에 묶여 있는 북한 돈 2,400만 달러는 지난 1년간 북미관계, 나아가 한반도 안보의 불안 요인이었다. 북한은 BDA 문제를 단순 금융제재를 넘어서는 정치적 사안, 즉 체제 붕괴를 노리는 미국의 압박으로 여겼다. 그래서 북한은 자신들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 전 미국이 BDA 해법을 제시하는 게 북한 체제에 대한 최소한의 인정으로 생각한다.
현실적인 수순은 미 재무부가 BDA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북한이 이에 관해 해명한 뒤, 합법계좌는 동결을 해제하고 불법계좌는 계속해서 조사를 하는 방안이다. 이런 과정이 6자회담 전에 이뤄진다면 북한도 회담 복귀를 거부할 명분이 사라진다. 또 각국은 북한 핵폐기 문제에 집중하고, 북한도 이에 대해 성의를 보여야 하는 압박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기본적으로 6자회담이 재개되면 별도의 실무그룹을 꾸려 BDA와 함께 위폐, 돈세탁 문제 전반을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6자회담의 경우 북한 핵폐기, 경제지원, 북미관계 정상화 등의 주제별 실무그룹을 만들기로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BDA는 별도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에서 접점을 찾기 어려운 만큼 당분간 BDA가 6자회담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18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 핵폐기시 경제보상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는 등 온건한 자세로 돌아선 것은 긍정적 변수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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