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대그룹 유보율 710%… 작년보다 63%P 증가
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을 내부에 쌓아놓기만 하면서 유보율이 600%를 넘어섰다. 특히 10대 그룹 유보율은 710%에 이르고 있어 투자보다는 재무 안정성에 치우친 소극적 경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1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코스피(KOSPI) 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 제조업체 535개사의 유보율은 평균 609.3%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569.7%이던 유보율은 3월 말 578.1%, 6월 말 593.0%로 매 분기마다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유보율은 잉여금(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을 납입자본금으로 나눈 비율로, 기업이 영업활동이나 자본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돈 중에서 어느 정도가 사내에 유보돼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유보율이 높으면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무상증자, 배당, 설비투자 등을 위한 자금 여력이 크다는 의미를 갖지만 반대로 투자 등 생산적 부문으로 돈이 흘러가지 않고 고여 있다는 뜻도 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3분기 들어 유가와 환율 안정을 바탕으로 제조업이 뚜렷한 실적 개선 추세를 보이면서 잉여금이 늘어나 유보율이 더욱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기업의 유보율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10대 그룹의 경우 자본금 20조9,992억원에 잉여금은 149조8,669억원을 기록하면서 유보율이 작년 말 650.9%에서 9월 말 713.7%로 62.9%포인트나 높아졌다. 자본금의 7배를 넘는 돈이 기업 내부에서 잠자고 있다는 의미다. 전체 유보율 평균은 같은 기간 39.6%포인트 올랐다.
그룹 별로는 삼성이 9개월 사이에 113.5%포인트 늘어난 1,276.9%로 가장 높았고 SK가 80.2%포인트 높아진 1,200.1%로 뒤를 이었다. 롯데는 롯데쇼핑 상장으로 대규모 주식발행초과금이 유입돼 유보율이 1,041.9%로 383.1%포인트나 급등했다.
개별기업 별로는 태광산업이 2만5,846%로 유보율이 가장 높았고, SK텔레콤 2만3,588%, 롯데제과 1만7,922%, 롯데칠성음료 1만4,508%, 남양유업 1만2,736%, 영풍 5,861%, 삼성전자 5,402% 순이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 출총제 적용社 87% 한도 남아… 출자여력 20조
현행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적용 받는 대기업들 87.5%가 출자한도를 채우지 않아 투자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출자가능액도 20조5,000억원에 이르러 출총제가 기업의 투자활동을 크게 제한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월1일을 기준으로 출총제 대상 14개 그룹에 소속된 463개 기업 중 87.5%인 405개가 출자제한 한도를 채우지 않아 총 20조4,860억원의 출자 여력을 가지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이는 2004년 출자 여력 7조원의 3배, 지난해 10조원과 비교해서도 2배를 넘는 수치다. 전체 출총제 적용 기업의 12.5%인 58개 기업만이 추가 출자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룹별 출자여력은 삼성이 10조95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자동차 3조8,940억원, 롯데 2조6,250억원, SK 1조9,850억원, GS 4,120억원이었다.
14개 출총제 대상 그룹의 출자총액은 32조7,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0조7,000억원이 늘었지만, 순자산 대비 출자비율은 21.8%로 지난해보다 7.2%포인트 감소했다. 출자총액이 크고 출자비율이 낮은 삼성과 롯데가 올해부터 예외 대상에서 빠지면서 출총제 적용 대상에 다시 포함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기업들은 출자액의 대부분인 27조2,000억원(83.2%)을 그룹 계열사에 출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계열회사에 대한 출자액은 5조5,000억원(16.8%)에 불과했다.
한편 김병배 공정위 부위원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공정거래법과 상법상 금지된 두 회사간 상호출자를 교묘히 회피하기 위해 특정금전신탁이나 페이퍼컴퍼니 등을 거치는 사례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적극 규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A기업이 B기업에 출자하고 B기업이 다시 A기업으로 출자하는 형태인 상호출자는 불법인 데도, 중간에 특정금전신탁이나 해외 페이퍼컴퍼니, 사모펀드 등을 거쳐 금지규정을 회피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과거 LG계열사와 SK계열사들이 이 같은 편법을 사용한 사실을 적발해 제재한 적이 있다.
김 부위원장은 그러나 " 이번 출총제 개편안에서 합의한 바와 같이 환상형 순환출자는 시행령을 통해서도 따로 규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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