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봄바람이 살랑이는 어느 날 아침. 동작구 대방동 E아파트에 사는 김모(37)씨가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하기 위해 7시 50분께 집을 나섰다. 지하철 1호선 대방역까지는 걸어서 4분. 하지만 김씨는 지하철 대신 바이크스테이션(Bike Stationㆍ자전거무인대여소)에서 7번 자전거를 골라 잡는다. 10만원에 구입한 자전거대여용 카드를 자전거 거치대에 있는 카드인식기에 대니 ‘삑’하는 소리와 함께 자전거 잠금장치가 자동으로 풀린다. 자전거의 페달을 힘껏 밟으며 여의교를 건너 대한생명빌딩을 지나서 한강공원으로 접어든다.
마포대교 밑의 한강 수상콜택시 승강장 옆에 있는 바이크스테이션에 자전거를 세우고 잠그니 시간은 오전8시2분. 수상콜택시 승강장에서 요금 5,000원을 내고 수상택시에 올랐다. 보트택시는 시동이 걸리는 가 싶더니 어느 새 잠실 수상콜택시 승강장에 천천히 들어섰다. 시간은 오전 8시10분. 승강장 옆의 바이크스테이션에서 자전거에 올라 2호선 신천역에 도착하니 8시15분. 지하철을 타고 삼성역에서 내려 느긋한 걸음으로 역에 가까운 회사에 도착해 사무실에 들어선 시각은 8시30분이 채 안됐다.
서울에서 자전거와 수상콜택시를 이용한 출퇴근도 머지않아 실현될 듯하다. 서울시 한강공원관리사업소는 21일 “이르면 내년 9월께 도입할 예정인 관광용 수상콜택시에 자전거를 연계한 한강을 이용하는 신개념 출퇴근 교통체제 도입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신교통수단의 개념은 간단하다. 수상콜택시 승강장과 가까운 지하철역에 자전거를 대여하는 바이크스테이션을 설치, 자전거로 지하철역과 수상콜택시를 잇고 한강을 통해 원거리를 이동한다는 것이다.
시는 우선 한강시민공원 여의도지구와 잠실지구를 연결하는 노선을 시범운영할 계획이다. 바이크스테이션은 여의도지구 수상콜택시 승강장과 주변의 여의나루ㆍ여의도ㆍ대방역에, 잠실지구 수상콜택시 승강장과 주변의 잠실ㆍ성내ㆍ종합운동장ㆍ신천역에 설치된다. 바이크스테이션은 버스정류소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로 점차 확대된다.
시는 지하철역과 한강 사이의 자전거 통행을 안전하고 편하게 하기 위해 성내역과 종합운동장역 등에 우선적으로 자전거 연결도로를 개설할 예정이다. 시는 시민들의 이용을 돕기 위해 현재 2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수상콜택시의 요금을 출퇴근 시간대 1시간 동안엔 5,000원으로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신개념 교통수단의 핵심은 자전거와 바이크스테이션. 시는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와 자동으로 이용시간을 체크하는 기기 등이 갖춰진 첨단 자전거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 자전거는 핸들과 바퀴, 안장 등이 본체와 분리되지 않는 일체형으로 바이크스테이션 거치대에 보관된다.
자전거 이용료는 출퇴근을 위해 수상콜택시와 지하철역 바이크스테이션을 오가는 동안의 30분은 무료이지만 30분이 넘으면 일정한 요금이 붙도록 할 방침이다. 사업소 관계자는 “이 사업은 기본적으로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현재 몇몇 업체와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진익철 한강공원사업소장은 “현재 한강 자전거도로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시민들이 7만명이 넘는다”며 “호응이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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