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관련국의 막전막후 움직임이 고비를 맞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 합의가 이뤄진 이후 20여일이 지났으나 6자회담의 조속 재개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자연히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의 20, 21일 베이징 방문 결과와 관련해서도 상반된 평가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긍정적 신호와 비관적 요소가 혼재해 있다.
관련국의 전반적 움직임을 종합해 보면 6자회담 재개가 택일을 논의하는 단계에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 같다. 무엇보다 미국의 입장이 ‘일단 회담을 열고 보자’는 방향과는 거리가 멀다.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 등 미국 당국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회담을 위한 회담은 하지 않겠다”면서 회담이 일단 재개되면 반드시 ‘성과와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중간선거에서 압승한 민주당의 대북정책 수정 요구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지 W 부시 공화당 정권은 이번에 다시 회담이 결렬되면 6자회담이 완전히 물 건너 갈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만큼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미국측은 그래서‘철저한 준비’를 다짐했으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뤄진 북핵 논의는 미국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6자회담 재개와 함께 북한에 요구할 선행조치의 당위성에 대해 미국이 여전히 중국, 한국 등을 설득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관측이 많다. 선행조치로는 영변 실험용원자로ㆍ재처리시설의 동결 및 폐기,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재개 등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이 어렵사리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의 동의를 얻어낸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반응이 어떨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6자회담의 진전 여부는 결국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미국으로서는 사전에 북한의 예상 행동을 탐지해야 할 처지에 있다. 북한의 반응을 확인하고 그에 대한 또 다른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정이다.
6자회담의 틀을 유지해야 하는 미국이 대북 압박 일변도에서 탈피해 적절히 ‘당근’을 배합할 경우, 최근까지의 예상대로 12월 초 또는 중순에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 있다. 그러나 워싱턴의 강경 기류에 정통한 외교소식통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내 6자회담 재개에 대한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