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누적, 부상, 그리고 발에 맞지 않는 스케이트 부츠.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시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우승한 ‘피겨 요정’ 김연아(16ㆍ군포 수리고)의 우아한 연기 뒤에는 피눈물 나는 고통이 숨어 있었다.
은퇴까지 고민하게 했던 스케이트 부츠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국제빙상연맹(ISU) 그랑프리 4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뒤 21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씨는 “스케이트 부츠가 잘 맞지 않아 최근 2달 동안 너무 힘들었다. (연아가) 모든 것을 그만두고 은퇴하고 싶어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보통 선수들은 3,4개월에 한번씩 스케이트 부츠를 교체하는 데 반해 김연아는 한 달에 한 켤레씩 부츠가 닳아 버린다는 것. 예민한 김연아로선 부츠에 적응할 때쯤 새 부츠를 신어야 하기 때문에 기량 향상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부츠 때문에 너무 힘들어 그만두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빙상연맹 관계자는 화들짝 놀라 김연아의 군포 집까지 찾아가 간곡히 은퇴를 만류했다고. 박미희씨는 조만간 일본의 스케이트 전문가의 도움를 받아 김연아의 신발 문제를 해결할 예정이다.
“이젠 쉬고 싶어요.”
지독한 ‘연습 벌레’로 유명한 김연아도 누적된 피로는 어쩔 수 없었던 모양.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스케이트 부츠 때문에 김연아는 1,2년 전부터 부상에 시달렸다. 평소엔 괜찮지만 조금만 무리하면 무릎이 아프다고. 특히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오른쪽 부츠를 교체하는 악조건 속에서 연기를 했다.
김연아는 다음달 14일 러시아에서 벌어지는 그랑프리 파이널에 대비해 체력훈련 위주로 컨디션을 조절할 계획이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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