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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왜 '코드 인사'가 독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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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왜 '코드 인사'가 독약인가

입력
2006.11.2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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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근 다른 지면에 노무현 정권의 '코드 인사'를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썼다가 여러 분들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코드 인사가 독약이었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의 핵심만 말씀드려 보겠다. 항의는 '왜 선의를 몰라주느냐'에 집중된 반면, 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문제삼고자 한다.

노 정권의 지지도는 10%대로 추락했고 '100년 정당'을 내세운 열린우리당은 '3년 정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이 코드 인사를 평가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노 정권과 그 지지자들이 내놓는 답은 주로 야당과 보수언론 탓이다. 그 밖에도 남의 탓은 많은데 자기 탓은 거의 없거나 있다 해도 매우 약하다. 바로 이게 내가 코드 인사를 독약으로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다. 자신을 객관화해서 볼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는 뜻인데, 그렇게 된 주요 이유가 코드 인사에 있다는 게 내 주장의 요점이다.

● 정권 핵심 '수구 꼴통'과 차이 없어

노 정권의 코드 인사는 제대로 잘 해보겠다는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었겠지만, 코드 이외의 세력을 적(敵)이나 개혁대상으로 보는 고립주의 발상에 근거했다. 이는 노 정권 입장에선 타당한 것이었을망정, 원초적 모순을 안고 있었다.

10억원 이상의 재산은 가져야 되겠고, 강남에 살고 싶고, 자식은 서울대에 외국 유학까지 보내고 싶고, 큰소리 떵떵치면서 살고 싶은 개인적 욕망에 있어서 노 정권 핵심세력은 그들이 비난하는 '수구 꼴통'과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그게 무슨 상관인가? 이게 바로 노 정권 사람들의 답이다. 개인적 욕망은 보수파와 똑같더라도 사회적 차원에서 개혁을 추구한다는 게 중요하지 않느냐는 논리다. 맞다. 맞긴 한데, 한가지 큰 문제가 있다.

민생 3중고라 할 '취업ㆍ아파트ㆍ사교육'에 집중할 경우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정당성을 음미하기 어려워진다. 코드의 의미도 약화된다. 코드는 '수구 기득권 세력'을 전제로 하는 것인 바, '코드 정치'는 당연히 그걸 부각시킬 수 있는 주제에 집중할 걸 요구한다. 이게 바로 민생 정치가 홀대받거나 '오락가락ㆍ갈팡질팡ㆍ얼렁뚱땅'으로 내달린 이유다.

더욱 중요한 건 '코드'와 '논공행상'은 동전의 양면관계라는 점이다. 충성도에 따른 논공행상은 철저하고 정확했다. 이 점에선 역대 모든 정권들을 압도했다. 코드주의 충원방식이 가져온 학습효과는 당연한 귀결이었다.

노 정권이 제공할 수 있는 수백여 고위공직에 누가 임명되었는가? 노 정권의 과오마저 옹호하는 주장을 편 사람들이 많았다. 얼마 후 그들은 공직을 차지했다. 꼭 공직을 얻기 위해 노 정권을 옹호했다고 볼 수는 없을망정, 이런 일관된 방식이 공직자와 공직 희망자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분명했다.

그들 중엔 출세보다는 개혁에 동참하고 싶은 선의를 가진 사람들도 있었을 게다. 문제는 이들마저 그런 뜻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노 정권 비판을 금기시하고 옹호만 했다는 점이다. 그걸 꼭 자신이 의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알게 모르게'라는 말이 적합하다. 한국 특유의 정실주의 문화도 가세했다. 일부 인사는 전투적 자세로 과잉 충성을 하고 내부비판을 억압하기까지 했는데, 이 또한 논공행상으로 큰 보상을 받았다. 결과적으론 노 정권이 망하더라도 자기만 크겠다는 야욕이었음에도 말이다.

●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능력 상실

수백여 공직을 희망하는 후보는 수천명에 이른다. 이들은 여론 주도자급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노 정권 지지자들에게 미친 영향력의 총합은 노 정권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었다.

내부비판ㆍ교정 기능의 전멸과 남탓, 이게 바로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현실이다. 요컨대, '코드'는 집단사고(group think)ㆍ흑백논리ㆍ나르시시즘 등을 몰고 왔다. 정권의 전지전능ㆍ무오류를 전제로 한 질주와 전복, 바로 이것이 코드 인사의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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