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 이후 이어져온 국내 증시의 상승세가 최근 한풀 꺾이는 모습을 보이면서 증시 조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추가 상승을 이끌어낼 만한 뚜렷한 모멘텀이 없는 데다 원ㆍ달러 환율이 930원대를 맴돌면서 수출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등 증시를 둘러싼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종합주가지수가 다시 1,400선 아래로 밀려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 증시에 가장 큰 부담은 그간 글로벌 증시 상승을 주도해온 미국 증시의 상승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증시의 최근 상승이 수출의존도가 높은 정보통신(IT)주의 회복과 해외증시 강세에 의존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는 향후 주가 전망에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20일 연속 상승에 대한 부담감과 경기 둔화 우려에 발목을 잡히며 전날보다 26.02포인트 하락, 7거래일 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날 하락이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의 10월 신규주택 착공 및 건축허가지표가 전월 대비 각각 14.6%, 6.3% 감소하면서 6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데다, 최근 국내 소매 판매도 급감하는 등 미국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들어 조정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수급 악화도 주가전망에 부담이 되고 있다. 주식형펀드에서 최근 2,500여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국내 투신사들은 이 달 중순 이후 꾸준히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고 있다. 반면 증시의 단기 상승에 대한 부담감과 조정 우려로 뚜렷한 매수주체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또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고도 여전히 부담이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주가지수가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더라도, 국내 증시의 장기적인 상승 추세는 아직 살아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조정이 일시적,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하나증권 김진호 연구원은 “지난 해 미국 증시가 허리케인 피해로 인한 경기둔화 우려로 조정을 받는 동안에도, 유럽과 한국 등 다른 나라 증시는 상승세를 유지했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을 경우, 이를 우량주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으라는 주문도 나왔다. 한양증권 홍순표 연구원은 “일시적으로 1,400선을 이탈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직 주식을 팔아야 할 시기는 아니다”라며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연말의 소비 증가 경향, 윈도비스타 출시 효과 등을 고려할 때 대형 IT주 위주로 대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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