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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광장/ '전통문화의 세계화' 치밀한 기획 아래 추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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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광장/ '전통문화의 세계화' 치밀한 기획 아래 추진을

입력
2006.11.2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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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동북부 도시 베로나. 별이 빛나는 여름 밤 야외 원형극장 아레나에서 오페라 아이다가 1만5,000 관객의 심금을 사로잡으며 공연된다. 아이다를 위하여 극장무대가 만들어졌다는 평판에 걸맞게 세계 각처에서 관광객들이 무더기로 이 오페라 극장을 찾는다.

그런가 하면 낮에 이들은 '줄리엣 집'을 찾아가 로미오가 사랑을 노래했던 발코니를 바라보며 낭만에 젖는다. 이 집은 13세기의 여관을 복원해 만든 허구의 집인데 자그만치 일 년에 200 여만 명이 사랑의 순례를 하는 곳이다.

현대사회에서 문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문화는 국력의 주요 요소가 되었으며 문화강국은 선진대국으로 여겨진다. 나라마다 전통문화를 보전하고 고유의 문화 브랜드를 만들어 발전시킴으로써 자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국가 이미지를 제고시킬 뿐만 아니라 문화산업을 육성하여 국부를 증강시키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문화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져가고 있다. 요즘 우리 지방자치단체들이 각 지방의 문화적 특성을 찾아 페스티벌이나 이벤트를 만들어 발전시키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나, 의욕이 지나치고 타 지방과의 관계를 신중히 고려치 않아 국제 이벤트나 대회를 중복 유치함으로써 그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경우가 있다.

같은 시기에 서로 다른 지방에서 국제 비엔날레나 국제 영화 페스티벌을 개최하여 우리 국민들도 다소 혼돈스러운 상태인데 외국인들이 얼마만큼이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여름이면 우리의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교류하기 위하여 각종 문화예술팀이 해외로 나간다. 그 가운데 일부는 사전계획도 없이 관광지 길거리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난타를 하는데, 이러한 예술활동이 무명악사나 팬터마임이스트가 거리에서 깡통 놓고 공연하는 것과 별 차이 없이 취급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

우리는 오랜 역사와 전통 그리고 문화를 발전시켜 왔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즐기고 외국인에게 보여줄 잠재적 자원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렇게 '즐기고 보여줄 것들'을 지방자치단체나 개별 그룹이 중복되거나 미완성 상태로 내놓을 것이 아니라, 자율적인 조정의 절차를 거치거나 아니면 어디에선가 기획하고 조정해줄 필요가 있다.

외교통상부, 문화관광부와 관련 단체들이 협력하여 우리 문화를 올바르게 보전하고 발전 및 보급하는 한편 외부문화와의 접촉과 교류를 증진하여야 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그리고 비정부기구(NGO) 등 시민단체들도 이러한 문화 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송영오 전 주이탈리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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