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의 5년간 변호사 재직시절 수임했던 사건내역이 공개됐다.
대한변호사협회가 10월 노회찬 의원(민주노동당)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 대법원장은 대법관을 마치고 변호사로 활동한 2000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5년간 민ㆍ형사 소송 400여건을 수임했다.
변호사 시절 1년에 평균 80여건을 맡은 셈이고, 이는 서울지역 전체 변호사 평균 사건 수임 건수의 2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2003년 서울지역 변호사회 소속 변호사 3,714명의 연간 평균 수임 건수는 43건이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이용훈 대법원장의 인사청문회 당시 이 대법원장 후보가 대법관 퇴임 후 5년간 맡은 사건 수는 472건이었고, 수임료로 60여 억원을 벌었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국회 인사청문회에 제출한 자료와 변협에서 보고한 수임건수가 70여건 가량 차이가 나는 것에 대해 대법원측은 “공동수임사건의 경우 변협은 사건 당 변호사수로 나누어 계산했고 대법원 자료는 그대로 1건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법원장은 자신이 맡은 형사사건 중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등 사회고위층 인사가 저지른 뇌물, 횡령 등 사건에 변호인으로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법원장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증여사건 1심에 변호사로 참여했고, 최근 논란이 된 외환은행과 극동도시가스(현 예스코)의 320억대 소송에도 외환은행측의 소송대리인으로 활동했다. 이 대법원장은 취임 후 각 법원에 ‘화이트 칼라’ 범죄를 엄단하라며 연일 강하게 주문했었다.
2월 국회에서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대법원장이 변호사 시절 수임한 형사 사건 가운데 70% 이상이 배임, 횡령, 사기 등 화이트 칼라형 범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대법원장의 승소율은 20% 정도로 낮은 편이었다. 많은 수임건수에 비해 승소율이 낮은 이유는 이 대법원장이 패소율이 높은 대법원 사건을 많이 수임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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