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가 어윤대 총장 후임으로 서울대를 나온 시민운동가 출신 총장을 선택했다.
고려대 법인인 고려중앙학원(이사장 현승종)은 20일 이사회를 열고 16대 총장에 이필상(59ㆍ경영학과ㆍ사진) 교수를 만장일치로 내정했다.
이 신임총장은 1905년 고려대 개교 이래 첫 서울대(금속공학과) 출신 총장이다. 다른 대학 출신도 1981~85년 총장을 지낸 9대 김준엽(일본 게이오대) 총장 이후 21년 만이다.
국내 명문대의 관행인 ‘총장 순혈주의’를 깬 점은 최근 급진적 국제화 개혁 논란 등으로 혼란을 빚은 학내 구성원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평이다. 어윤대 총장은 국내 대표적 최고경영자(CEO)형 총장으로 꼽히며 대학 개혁을 진두지휘 했으나 ▦영어강의 비율 확대 ▦기업식 대학 운영 등에 따른 ‘개혁 후유증’으로 후임 총장 선거에서 중도 탈락했다.
이 신임총장은 CEO형 총장 논란과 관련, “대학 총장은 높은 학식과 함께 많은 자금을 유치해 학교를 발전시키는 경영 능력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받은 뒤 82년부터 고려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해왔다. 특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 시민단체에 적극 참여하면서 정부와 대기업에 맞서 부정부패 추방과 기업지배구조 개선 운동에 주춧돌을 놓았다.
시민사회 활동에서 온건한 개혁 성향을 견지한 점이 총장 내정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이다. 그는 2002년 15대 총장 선거에서 교수협의회를 비롯해 소장층 교수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었으며, 13일 총장후보 자격심사에 나선 9명의 후보 중 부자격자 표가 가장 적었다.
고려대의 한 교수는 “신임총장은 이미 교수사회의 신임을 얻은 상태”라면서 “점진적이고 안정적인 변화와 개혁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신임총장도 선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제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지만 단시일 내에 한꺼번에 추진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며 “(교수들의) 전공과 연령에 따라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발전기금 모금에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임기 내 목표로 내세운 발전기금 3,000억원 유치에 대해 그는 “99년부터 2001년까지 고려대 경영대학원장 겸 경영대학장을 거치면서 500억원을 모금해 능력을 인정 받았다”고 말했다. 학내에서는 이 신임총장이 이전 총장과는 사회적 활동 기반이나 학맥이 다른 만큼 모금의 외연이 한층 확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취임식은 다음달 21일이며 임기는 2010년까지 4년이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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