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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화업계의 숨겨진 20여년 담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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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화업계의 숨겨진 20여년 담합

입력
2006.11.2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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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봉지와 각종 플라스틱 용기 등의 재료를 생산하는 대표적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20여년에 걸쳐 대규모 담합행위를 해온 것이 드러나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고 한다.

해당 기업들은 과거 개발시대의 정부 행정지도에서 비롯된 관행이라고 강변하지만, 담합의 부도덕성과 폐해에 대한 비난과 공분을 외면한 불법적 행태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SK, LG화학, 호남석유화학 등 10여 개 유화업체가 1970년대 말부터 카르텔을 형성해 폴리에틸렌, 합성수지 등 주력제품의 가격을 담합하고 저가 수입품을 쓰는 중간도매상에 물량 공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부당이익을 챙겼다.

공정위가 추산하는 과징금만 2,000억원대라니 그 동안 소비자층이 입은 손실은 천문학적 규모에 달한다. 지난해 8월 시내전화요금을 담합한 KT와 하나로텔레콤 등에 부과된 1,100억원의 과징금이 역대 최고액이었음을 보면 또 하나의 불명예스런 기록을 세운 셈이다.

올해만 해도 내로라 하는 제분업체와 세탁ㆍ주방용 세제업체 등이 소비자들에게 수천억원대의 피해를 준 담합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고 각각 400억원대의 과징금을 물었는데 이보다 더한 구태가 자행되고 있었던 셈이다. 담합은 시장경제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반자본주의적 행위다.

아편과 같은 담합 중독증에 빠지면 당장은 황홀하지만 기업의 역동성과 경쟁력을 치명적으로 갉아먹고 경쟁 제한에 따른 비용은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이런 관행이 근절되지 않는 것을 기업의 도덕불감증이나 죄의식 부재 탓으로만 돌리긴 어렵다. 경쟁당국의 느슨한 감독과 솜방망이 처벌에 더 큰 책임이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담합을'시장경제의 적'으로 규정하고 엄청난 과징금과 함께 책임자 체벌까지 병과하는 추세다.

때마침 권오승 공정위원장이 독과점업체의 지위남용과 부당행위, 담합 등 소비자 후생 침해행위에'엄벌주의'로 대처하겠다고 밝혔으니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기업도 '답합=패가망신'이라는 엄정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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