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활동을 마감했다. 법원·검찰 간의 영장 갈등, 공판중심주의 논란, 전관예우로 대표되는 법조비리 등이 첨예한 현안으로 대두된 상황에서 이런 모든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했던 사개추위의 활동 종료는 크게 아쉽다.
2년간 26개나 되는 법안을 생산해낸 것만 봐도 사개추위는 다른 어떤 정부위원회보다 역동적으로 활동해 왔다. 하지만 그 중에서 고작 6개, 그것도 비교적 사안이 경미한 법안들만 입법화하고 국민의 인권 신장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주요 개혁법안들은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이들 대부분이 서로 다른 이익집단이나 언론, 사회단체들의 원칙적 동의를 얻은 법안이라는 점에서 미처리 책임은 일차적으로 정치권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국회 입법권에 대한 침해이므로 사개추위 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한나라당의 논리는 군색하다. 정부입법 형식은 문제가 되지않을 뿐더러, 대통령 자문기구라 해도 사개추위의 인적 구성, 논의과정은 비교적 객관성과 합리성을 평가할 만 했기 때문이다. 걸핏하면 다른 법안과 연계해 정쟁의 볼모로 잡거나, 민감한 사안이면 곁에도 가지 않으려 하는 고질적 정치행태가 가장 큰 문제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법조계도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재정적 낭비와 교육계 혼란을 초래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법, 법조비리 근절을 위한 변호사법 개정안, 공판중심주의 실현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배심원제가 골간인 국민형사재판참여법 등 핵심 법안의 경우 복잡한 손익계산에 따른 법조인집단 간의 이해 충돌이 정치권의 발목을 잡은 측면도 크기 때문이다.
대선정국이 본격화화면 일반적 입법행위는 정치권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그러므로 최소한 기본적 공감대가 형성된 주요 법안들은 연내에 처리하는 것이 정치권의 마땅한 책무다. 이번에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면 선진적 사법제도를 갖추기까지 또 얼마를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다. 사법개혁은 문민정부 때부터 벌써 10년도 넘게 추진돼온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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