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의대를 지원할 예정인 유모(18ㆍ서울 휘문고3)군은 입시기관들이 내놓은 대학지원 배치표를 보고 고민에 빠졌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원점수 기준으로 A학원은 382점, B학원은 385점을 합격선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원점수를 계산하면 383점이 나온다는 유군은 “두 기관의 합격선이 다른 데다 대학이 반영하지 않는 원점수를 이용한 것이어서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지만 지원 전략을 세우려면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2007학년도 수능이 끝나자마자 사설 입시기관들이 부실한 대학지원 배치표를 제작ㆍ배포해 수험생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입시기관의 대학지원 배치표는 언어 수리 외국어(영어) 탐구 등 4개 영역의 가채점 결과를 각 영역 100점 만점으로 계산해 합산한 원점수 기준자료다. 자체 입시설명회와 수험생 상담용이지만 일선 학교와 수험생들에게는 ‘필독 자료’나 마찬가지다. 수능 성적 발표일(12월13일)까지 마땅한 진학상담자료가 없는 탓이다.
그러나 실제 대입 전형에서는 원점수를 반영하는 대학이 거의 없어 수험생들에게 잘못된 진학정보를 제공하고 불필요한 입시경쟁을 유발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학들은 대부분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활용하고, 수능 성적표에도 2005학년도부터 원점수는 표시되지 않는다.
숙명여대 박천일 입학처장은 “대학이 의미가 없는 원점수 대신 공평하고 최적의 반영방법인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활용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입시기관들이 원점수 대학지원 배치표를 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건국대 문흥안 입학처장도 “원점수는 현행 입시에서 활용할 가치가 전혀 없다”며 “입시기관들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동요하기 쉬운 원점수 가채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입시기관 측도 대학지원 배치표의 한계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이사는 “대학지원 배치표는 지원 학교와 학과를 대략 예상해 볼 수 있는 참고자료일 뿐”이라며 무조건적인 신뢰는 위험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대학지원 배치표로 인해 일선 학교의 혼란과 불만이 커지자 대책마련에 나섰다. 교육부는 입시기관에 배치표 배포 중지 자제를 요구키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원점수와 표준점수는 수험생이 선택한 영역이나 과목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라며 “가채점 결과도 신뢰하기 어려운데 이를 원점수로 환산해 대학지원 배치표를 만들면 수험생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표준점수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과목별 난이도 차이를 없애기 위해 산출하는 상대점수. 응시자 원점수에서 수험생이 속한 집단의 평균점수를 빼 표준편차로 나누고 여기에 20(탐구영역 10)을 곱한 뒤 100(탐구영역 50)을 더해 산출한다.
▦백분위
수능 각 영역 및 과목 내에서 응시자 개인의 상대적 서열을 나타내는 수치. 모든 응시자 점수를 1~100%로 환산하게 된다. 여러 과목 원점수를 백분위로 환산하면 서로 비교 가능하지만 점수를 지나치게 단순하기 때문에 동점자가 많이 생길 수 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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