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많은 좌파 마귀할멈.’
힐러리 클린턴 미 상원의원이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얻었던 이미지다. 국민건강보험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의료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힐러리는 공화당으로부터는 ‘사회주의자’로, 국민으로부터는 ‘시끄러운 퍼스트 레이디’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결국 1994년 힐러리의 의료개혁이 좌초되면서 클린턴 정부는 중간선거에서 당시 뉴트 깅리치 하원 원내총무가 이끄는 공화당에 양원을 내 주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 힐러리 의원에 대한 국민의 이미지는 많이 변했다. 그는 빌 클린턴의 아내가 아닌 가장 유력한 차기 민주당 대권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또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중도적 이미지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지지자뿐 아니라 상당수 부동표와 일부 공화당 지지자들의 표까지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본인의 당선이 확실시되는 중간선거에서 2,945만달러(약 280억원)의 선거자금을 아낌 없이 쏟아 부으며 당내 우군을 확보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힐러리 의원의 대선 가도에서 가장 큰 조력자는 한때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외도로 한 때 침실에서 쫓겨났던 남편 클린턴이다. 그는 뛰어난 언변으로 백만장자들을 한곳에 끌어 모아 엄청난 돈을 모으는 재주가 있다. 9월 제2회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 행사에서는 미국의 60대 거액 기부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지구 온난화 방지 등을 위해 무려 70억달러(7조원)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이런 남편의 능력이야말로 후보당 최소 5억달러 이상의 선거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2008년 대선에서 힐러리 의원에게 가장 큰 비교 우위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다. 그 동안 지적돼 왔던 힐러리 의원의 약점도 효력이 만료됐다. 뉴스위크는 경쟁자들이 힐러리 의원이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하더라도 대선에서는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실패할 것이라고 공격해 왔지만, 중간선거 후 선거인단 지형의 변화로 이런 주장이 힘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최근 분석에 따르면 힐러리 의원을 포함, 민주당의 몇몇 유력 후보들은 대선에서 최소 25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정도면 대선 승리에 필요한 과반수(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는데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힐러리 의원의 ‘대선 필패론’은 물 건너갔다는 얘기다.
물론 힐러리 의원에게 희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연방 상원의원이 된 지 2년밖에 안 된 배럭 오바마 의원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45세의 흑인 오바마 의원은 최근 여론 조사에서 12%포인트 차로 쫓아왔다.
뉴스위크는 신출내기 오바마 의원이 힐러리 의원에 비해 두 가지 장점을 갖췄다고 평했다. 첫째는 이라크전, 둘째는 흑인들의 지지다. 힐러리 의원은 이라크전 개전을 지지했지만, 오바마 의원은 적극 반대했다. 또 힐러리 의원이 흑인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남편의 후광을 입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흑인인 오바마 의원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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