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신청사 건립이 ‘문화재 보호’명분에 발목잡혔다. 문화재위원회가 서울시 신청사 건립안을 세차례나 퇴짜를 놓으면서 연내 착공이 물 건너 갔다. 착공 지연과 설계 변경으로 인한 예산상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문화재위원회가 똑같은 내용의 주문을 3차례나 했는데도 실무부서가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치닫는 감정싸움
신청사를 바라보는 양측의 시각은 크게 다르다. 시는 “신청사는 국제도시 서울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문화재위원회는 “유적지 덕수궁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17일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위원회의 ‘서울시 신청사 건립안 부결’결정에 대해 박철규 신청사증축추진반장은 “1차 부결 후 건물의 형상과 층수를 획기적으로 바꿨는데도 연거푸 부결시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6월 이명박 시장 재임 당시 항아리모양의 21층 건립계획안을 문화재위원회에 제출했지만 “규모와 형상 등이 덕수궁의 경관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부결됐다. 시는 이후 4개월여동안 30억원을 들여 태극모양으로 형상을 바꾸고 층수를 19층으로 낮춰 지난달 재심의 신청했지만 다시 통과되지 않았고, 외부 모양을 일부 바꿔 이 달에 다시 신청했지만 역시 퇴짜를 맞았다. 시 관계자는 “차라리 위원회가 구체적인 형상과 층수를 정식으로 주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안이한 대응
문화재위원회는 일관되게 “원형의 신청사 건물이 자기중심적이고 높은 전망대가 위압적이라 주위 건축물을 내리 누른다”고 지적했다. 이강승 사적분과위원(충남대 교수)은 “덕수궁에서 볼 때 규모와 형상면에서 시청사가 많은 시선을 받는다고 지적했는데도 3차에 제출한 것을 보면 2차안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며 “서울시가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강행하려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시 일각에서도 “위원들이 층수를 10층 이하로 줄이라는 의견을 냈는데도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추가 설계비용 논란 불거질 태세
착공이 늦어지면서 예산손실과 함께 유형무형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우선 추가 설계비용 부담 문제를 싸고 시와 시공사간에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시와 삼성물산컨소시엄은 신청사 건립을 두고 설계와 시공을 시공사가 책임지는 턴키(일괄수주계약)방식으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계약내용에 “발주기관 외에 당해 공사와 관련된 인허가 기관 등의 요구가 있어 이를 발주기관이 수용하는 경우 계약금액이 증가할 수 있다”(21조3항)이 있어 시가 추가 설계비용을 부담해야 할 판이다. 이 경우 설계비용은 30억 이상 추가로 발생할 전망이다.
또한 본관에 있던 사무실들이 뿔뿔이 흩어져 업무효율성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신축이 늦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시 관계자는 “별관의 없는 공간을 쪼개 쓰느라 직원들은 물론 민원인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고 민간 건물을 빌려 쓰는 임대료만도 월 수천만원씩 지출되고 있다”며 “아마 민간기업이 건물을 짓는 것이라면 벌써 도산 얘기가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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