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학교 교재 채택료 사건이 또 터졌다. 경찰청이 최근 적발한 고교 교과서 및 부교재 채택료 사건을 보면 출판사와 도서 총판, 교사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간단히 정리하면 교사들이 특정 교과서나 부교재를 집단적으로 채택하면서 판매금액의 20% 정도를 업자들로부터 뇌물로 받았다는 얘기다. 교사 1인이 챙긴 규모는 수백만~수십만원 수준이지만 경찰은 전체 리베이트 금액을 500억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교사의 사회ㆍ경제적 지위가 향상되고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 감시망이 더 촘촘해진 시대에 아직도 이런 뇌물 사건이 벌어진다는 것 자체가 개탄스럽다.
두 말할 필요도 없지만 채택료는 결국 학생이 볼 수 있는 혜택을 교사가 빼앗아가는 것이다. 심지어 서울의 한 고교에서는 새 교과서 채택을 놓고 영어교사 8명이 패를 나눠 서로 리베이트가 많은 쪽을 선정해야 한다고 다툼을 벌이기까지 했다고 한다.
대다수 정상적인 교사들을 위해서라도 이 사건은 뿌리까지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고 본다. 채택료를 받은 교사야 처벌ㆍ징계를 받는 게 당연하지만 교장 교감들이 학교 안에서 벌어진 일을 몰랐다는 것은 납득이 안 간다.
또 다른 상납을 받았거나 자신이 담당하는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른다는 점에서 직무유기라고밖에 보기 어렵다. 교육청도 경찰의 수사와 별도로 차제에 이 문제에 대해 철저한 감사를 해야 할 것이다.
어느 조직이든 문제 있는 개인의 일회성 비리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수시로 문제 교사를 적발해낼 수 있는 교원평가제가 정착됐더라면 이런 사례는 한결 줄어들었을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2008년부터 시행한다는 교원평가제를 제대로 된 평가제로 강화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학교운영위원회는 교과서 채택이나 부교재 채택에 항상 문제의 소지가 있는 만큼 엄밀한 심의를 거쳐 공정한 선택이 이루어지도록 제도화하고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교사단체들도 매사 반대하는 데만 힘쓰지 말고 이런 비리를 척결하는 데 앞장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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