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들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간부 등 4명이 10일 사석에서 만나 최근 영장 기각 사태에 대해 의견을 나눈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당시 법원과 검찰은 론스타 경영진 3명에 대한 구속ㆍ체포영장 기각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모임에 참석한 서울중앙지법 이상훈 형사수석 부장판사와 민병훈 영장담당 부장판사는 영장발부 여부에 직ㆍ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있고,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과 박영수 중수부장은 영장청구 실무책임자인 탓에 이번 만남은 여러 추측을 낳고 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이 부장판사가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의 불구속 기소를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검찰이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이 사실을 흘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자 당사자들이 18일 즉각 해명에 나서는 등 파문 확산을 막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검찰은 18일 오전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했지만 사태가 확산될 것을 우려한 정상명 검찰총장의 뜻으로 회의가 취소되기도 했다.
법원측 제안으로 만나
이날 만남은 이 부장판사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이 부장판사는 10일 오전 대학 1년 선배이자 사법연수원 동기(10기)인 박 중수부장에게 전화해 “최근 일련의 영장기각 사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해 해결책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박 중수부장은 채 기획관을 데리고 가겠다고 말했고 이 부장판사는 언론을 통해 채 기획관과 논박을 한 민 부장판사를 대동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4명은 10일 퇴근 후 강남의 M 일식집에서 2시간 여 동안 만났다.
영장 문제 논의해
참석자들은 사적인 자리였음을 강조하며 파문이 확산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이 부장판사는 “중수부장은 예전부터 알던 사이로 법원이 쓸데없이 검찰 애먹인다고 생각할 것 같아 얼굴 맞대고 이야기 해보자는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박 중수부장도 “구체적인 현안을 논의하기보다 이해와 대화를 위한 개인적인 자리였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들은 유 대표에 대한 연이은 구속영장 기각 사태에 대해 말이 오갔음을 인정했다. 이 부장판사는 “수사가 완료됐으면 기소를 하면 된다는 평소 소신을 말하는 도중에 얘기가 나왔다”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일반론적인 얘기였다”고 밝혔다. 박 중수부장은 “자꾸 얘기하면 서로 부담되니까 가급적 현안 이야기를 안하려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만남 자체가 부적절해
하지만 이들 4명이 만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중수부 수사를 지휘하는 채 기획관은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는 입장이고, 민 부장판사는 그 영장의 발부 여부를 판단하는 자리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평소 (영장에 대해) 법정 안에서만 이야기하겠다던 사람들이 민감한 시점에 사적인 자리에서 만났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법원은 검찰에 더 이상 영장 청구를 하지 말고 불구속 기소하라는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도 받게 됐다. 이들이 만난 10일은 법원이 론스타 경영진 3인에 대한 영장을 두번째 기각한 직후였고 검찰은 당시 세번째 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이 부장판사는 “유씨 영장에 대한 얘기는 검찰이 먼저 꺼냈고 압력 같은 것은 절대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모임이 외부에 알려진 것을 두고 양측사이엔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당사자인 이 부장판사는 “ 나와 민 부장판사는 말하지 않았다”며 직설적인 화법을 피했다. 그러나 다른 법원 관계자들은 검찰을 발설의 진원지로 꼽으면서 법원에 대한 우회적 압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박 중수부장은 “검찰이 법원의 입장을 난처하게 하기위해 누설했다고 하는데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부인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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