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헬스장에서 틀어주는 접속곡은 '아이스 아이스 베이비'로 시작한다. 미국 래퍼 바닐라 아이스가 십오륙 년 전 유행시킨 곡이다. 으으, 이젠 웬만한 기억은 십 년 단위를 예사로 넘나든다.
아무튼, 딩딩딩딩 딩디링 딩딩! 기타 전주부터 시작해서 그 음보를 사뿐사뿐 즈려밟고 뛰며 꽤 괜찮은 노래라는 생각을 했다. 세월이 미약이다. 처음 그 노래를 들었을 때는, 다른 랩송들을 위시해서, 참 싫었다.
웅얼웅얼 칭얼칭얼 투덜투덜, 흐물흐물 느물느물, 어찌나 듣기 싫던지. 어쩌다 랩이 들리면 "뭐라는 거야?!" 팩 소리치면서 라디오를 흘겨보며 딴 데로 돌리곤 했다. 예전에 내게 랩은 미운 짓만 골라서 하는 못난 사춘기 동생 같은 장르였다.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조카 애는 랩을 좋아했다.
'아이스 아이스 베이비'도. 그 애를 위해 '바닐라 아이스' 앨범을 사러 언니와 함께 음반가게에 갔었지. 그때 언니는 서른 여섯 살이었다. 꽤 나이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보다 열 여섯 살이나 어렸던 것이다!
생각건대, 랩이 방송을 장악한 이래 방송 대상 평균연령이 대폭 낮아졌다. 따라서 유행음악 수준도. 그 원조들은 십육 년 세월을 입고 의젓해졌는데.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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