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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투기 무관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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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투기 무관심당

입력
2006.11.19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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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에 우리 사회에 생겨난 중요한 현상은 시민단체와 시민운동의 등장이다. 민중운동을 비판하며 등장한 이같은 시민단체의 효시는 경실련이다.

경실련은 당시 3저 호황 말기에 생겨난 부동산 투기 열풍과 관련해 투기에 의한 불로소득을 근절하기 위한 토지공개념을 들고 나와 초반 대박을 터트렸다.

특히 경실련의 핵심 창립멤버였던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는 <땅, 투기의 대상인가, 삶의 터전인가> 라는 책을 통해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의 폐해를 고발하며 토지공개념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리고 이같은 노력 등에 힘입어 노태우 정권은 역대 경제정책 중 가장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는 토지공개념 정책을 도입했다.

● 투기방조 우리당, 투기조장 한나라

그러나 이 정책은 불행히도 보수의 보루인 사법부의 위헌 판결에 의해 불구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태동 교수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초대 경제수석이 되어 제일 먼저 한 것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경제를 살린다며 토지공개념 제도들을 무효화하여 최종 사살을 한 것이었다. 역사의 역설 중의 역설이다.

어쨌든 경실련은 이후 영향력이 커지면서 체제내화되고 보수화되었다. 또 참여연대와 같은 보다 진보적인 시민단체들이 생겨났다. 그 결과 경실련은 옛 영광을 잃은지 오래다.

그러나 최근 노무현 정부의 무능으로 부동산 시장이 또 다시 널뛰기를 하면서 경실련이 오랜만에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의 경실련을 있게 한 옛 전공을 살려 부동산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이 최근 각 정당의 부동산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했다는 비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열린우리당은 투기 방조당, 한나라당은 투기 조장당, 민주노동당은 투기 무관심당이다". 촌철살인의 무서운 논평이다.

특히 와 닿는 것은 진정한 진보정당을 자칭하는 민주노동당 역시 투기 무관심당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사실 한나라당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등의 인하를 주장하는 투기 조장당이며, 열린우리당 역시 말만 투기를 잡는다고 큰소리를 쳤지 사실은 투기를 조장하거나 방조한 투기 방조당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다 아는 이야기다.

그러나 문제는 기본적으로 보수정당들이라고 볼 수 있는 두 당은 그렇다고 치고 민주노동당은 부동산이 이 난리를 치고 자신들이 대변하고자 하는 소위 민중들이 부동산 폭등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이는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 미스터리다.

진정한 진보정당을 자처하는 민주노동당의 성패는 기본적으로 자유주의적인 개혁적 보수정권임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조중동의 색깔론에 의해 많은 국민들이 진보정권인 것으로 착각을 하는 김대중 정부, 그리고 노무현 정부와의 차별화에 얼마나 성공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신자유주의정책을 통해 김대중 정부에 이어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켜 민중들을 생존의 위기로 몰고 갔다. 게다가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부동산 정책으로 부동산 대란을 일으키고 말았다.

자유주의정권의 이 같은 정책들의 피해자인 민중들을 조직해 냄으로써 진보정당이 도약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노무현 정부가 만들어 준 것이다. 진보정당의 발전을 위한 얼마나 고마운 배려인가.

● 진보자처 민노당은 뭘 하고 있나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엉뚱한 문제들에 관심을 쏟고 있었을 뿐 이와 관련된 민중들의 구체적인 삶의 고통들을 외면함으로써 기가 막힌 조건을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

이처럼 멍석을 깔아주어도 엉뚱한 짓이나 하고 있으면서 무슨 수권능력을 갖춘 진보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투기 무관심당, 최근의 일련의 '친북 스캔들'과 함께 심각하게 자기반성을 해보아야 할 민주노동당의 부끄러운 성적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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