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22부(부장 한위수)는 차를 훔친 뒤 타고 달아나다 경찰관이 쏜 총에 다리를 맞아 다친 이모씨와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1억여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경찰관은 절도죄로 의심되는 이씨에게 수차례 정지명령과 경고사격을 했고, 이씨가 이를 무시하고 도주하는 상황에서 범인 검거를 위해 총기사용 이외 다른 수단이 없었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씨는 도로의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하는 등 필사적으로 도망쳤다”며 “경찰은 일반 시민의 생명과 신체보호를 위해서라도 긴급하게 그런 이씨를 검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2002년 5월 서울 서초구에서 고급승용차를 훔친 뒤 미리 가지고 있던 번호판으로 바꿔달고 차를 운행하다 경찰관에게 적발됐다. 그러나 이씨는 검문에 불응한 채 신호위반과 역주행을 하면서 도주했다. 경찰의 추적에 결국 차를 버리고 도망가던 이씨가 경고사격에도 멈추지 않자 경찰관은 실탄 1발을 이씨의 왼쪽 허벅지에 맞혀 검거했다.
1심 재판부는 “흉기를 소지하지 않았고, 경찰관을 공격하지 않은 이씨에 대해 경찰관이 과잉 대응했다”며 30%의 국가 책임을 인정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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