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 그룹의 순환출자 금지를 공정거래법이 아닌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혀 새로운 논란이 예상된다.
권 위원장은 18일 출입기자들과의 산행 및 오찬 간담회에서 “공정거래법은 상호출자를 금지하면서 동시에 그 탈법행위도 금지하고 있다”며 “탈법행위의 기준을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돼 있는데, 문제는 현재 시행령에 그 내용이 빠져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처음에는 선언적 의미로 법률에 직접 ‘환상(고리)형 순환출자 금지’ 규정을 넣으려고 했는데, 출총제와 함께 이중규제라는 반발에 부딪혀 성사시키지 못했다”면서 “시행령을 개정하고 감시만 강화해도 악성 순환출자 문제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9조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그룹의 상호출자를 금지하고 있으며, 제15조에서는 이 규정의 적용을 피하려는 탈법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또 ‘탈법행위의 유형 및 기준은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정한다’고 돼있다. 그러나 현행 시행령에는 ‘상호출자의 탈법행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공정위는 현행법이 가공의 자산을 만드는 A, B사간의 상호출자를 금지하고 있는 이상, A사→B사→C사→A사로 이어지는 환상형 순환출자도 상호출자의 변형된 형태이기 때문에 금지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권 위원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해명자료를 통해 “환상형 순환출자 자체를 금지하는 시행령 개정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행법상의 상호출자금지 규정의 탈법행위에 해당되는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그 규제요건 등을 면밀히 규정해 현행법의 틀 내에서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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