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영어교육, 언제 그리고 어떻게’에 발표자로 나선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영어교육시간이 우리나라처럼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는 조기교육이 이뤄지든, 그렇지 않든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_외국어 습득에서 ‘결정적 시기’가 없나.
“언어습득의 ‘결정적 시기’ 가설은 모두 모국어 습득을 놓고 연구한 결과다. 외국어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같은 환경에선 더욱 무의미하다.”
_우리나라 환경이란 무슨 뜻인가.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가르쳐 봤자 기껏 매일 1시간 아니겠는가. 서울대 신입생들이 입학시점에 영어를 배운 시간은 과외까지 다 합쳐도 270시간이다. 10년을 배운 게 아니라 270시간 배운 거다. 반면 4세 아이가 우리 말에 노출된 시간은 1만시간이다. 매일 1시간씩 영어를 공부해 비슷한 수준이 되려면 32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조기교육 여부보다 절대시간 부족이 문제다.”
_영어교육 시작을 초등학교 1학년으로 낮추고 영어시간을 늘리면 어떤가.
“소용없다. 매일 1, 2시간이 아니라 10시간쯤 돼야 의미가 있다.”
_그렇다면 이민을 가거나 1~2년 해외연수를 갈 경우엔 시기가 영향을 끼친다는 뜻인가.
“그럴 수 있다. 오직 영어만 쓰는 환경이라면 시기가 영향을 끼친다. 경험적으로도 초등학교 고학년이 적당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연수기간인 1, 2년만큼의 실력만 느는 것이다.”
_결론적으로, 우리나라 환경에서 영어교육의 적기는 언제라는 것인가.
“목표에 따라 적기는 언제든 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원어민이 되려면 일찌감치 이민을 떠나라. 대신 국어는 상실할 것이다. 굳이 원어민이 되려는 게 아니라면 나이 서른이 넘어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나 자신은 29세부터 7년간 미국에서 공부했다. 영어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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