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수는 절대 없습니다.”
“내년엔 자연계도 논술고사를 봐야 해요. 그거 준비하느니 차라리 올해 낮춰서 가겠습니다.”
18일 오후 5시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강당에서 고려대 서강대 한양대 성균관대 중앙대 이화여대 등 6개 사립대 공동 주최로 열린 입시 설명회엔 16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3 수험생과 재수생, 학부모 5,000여명이 몰려들어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입시 설명회에 나온 재수생 유현(과천외고 졸)씨와 김현기(서라벌고 졸)씨는 “성적이 안 나오면 차라리 하향지원을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평소 모의고사를 보면 모든 영역에서 1, 2등급을 받아온 두 수험생이지만 수능이 9등급제로 바뀌고 논술 비중이 커지는 2008학년도 대입 전형까지 치른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다.
강태중 중앙대 입학처장은 “수능 이후 중상위권층이 두터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은 데다 재수 기피 현상까지 겹쳐 치열한 눈치 작전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강 처장은 “원래 정시모집은 전형 절차가 비교적 간단해 수시모집 때와 비교하면 입시 설명회에 오는 사람이 적은 편”이라며 “이렇게 많은 학부모와 학생이 모인 걸 보니 내년 대입제도 변화가 고민스럽기는 한 모양”이라고 덧붙였다.
안내 책자는 입시 설명회가 시작한 지 30분도 안 돼 금세 동이 났다. “아이가 수능에서 수리 ‘가’를 망쳐 걱정이 돼서 왔다”는 박모(47)씨는 1시간 늦게 도착해 결국 쓰레기통을 뒤져야 했다. 입구와 양쪽 복도까지 가득 메운 학부모 학생들은 학교 소개, 장학금 제도 등 각종 혜택, 전형 절차 등을 설명하는 입학처장의 말을 한마디라도 더 듣겠다는 듯 까치발로 귀를 쫑긋 세웠다.
강당 밖에는 자리 앉기를 포기한 채 수능 가채점 결과를 놓고 지원 경향이나 정보를 주고 받는 학부모들이 여럿 눈에 띄였다. 서울 숭실고 인문계에 다니는 아들을 둔 최양미(50)씨는 “사회탐구에서 어떤 과목을 선택했느냐가 변수로 작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같은 학교 학부모 이지순(47)씨는 “내년부터 논술 비중이 커지면 강남 학생들이 훨씬 유리해질게 뻔하다”며 “눈을 낮춰서라도 무조건 입학시킬 것”이라고 얘기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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