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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금모아 鐵馬달리게 하자더니… 방치된‘통일 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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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금모아 鐵馬달리게 하자더니… 방치된‘통일 침목’

입력
2006.11.19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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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성금을 모아서 경의선 철도를 다시 잇는다고 호들갑을 떨더니 5년 만에 십시일반 돈을 보탠 국민의 이름을 적은 동판이 다 사라져 갑니다. 그래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19일 경기 문산읍 운천리 경의선 철로변에서 만난 주민 조흥현(63)씨는 “너무도 한심하고 답답하다”며 가슴을 쳤다.

2001년 복원된 경의선 문산역_도라산역 12㎞ 구간의 철길에는 1만4,000여명의 성금으로 깔린 침목(枕木)이 놓여 있다. 완공 당시 침목에는 ‘통일의 대동맥, 경의선 복원을 민족의 이름으로’라는 글과 함께 기증자와 기증단체의 이름을 새겨 넣은 가로 16㎝, 세로 10㎝ 크기의 동판을 박아 넣었다. 실향민의 고향을 그리는 절절한 마음부터 고사리손의 통일 염원까지 침목을 따라 북녘을 향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하지만 이날 운천리와 마정리 일대 경의선을 따라 걸어보니 더 이상 동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침목에는 동판이 붙어 있던 흔적만 어렴풋하게 남아 있을 뿐 동판 10개 중 5, 6개 정도는 사라진 상황이었다. 철로변에 이리저리 뒹굴고 있는 동판도 상당수였고, 온전히 붙어 있는 동판도 기름과 먼지에 범벅이 돼 글씨를 알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

조씨는 “오가면서 나뒹구는 동판을 주워 모은 게 200여 개나 된다”며 “문산역 도라산역 등에 이야기를 해도 1년이 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일반 국민들의 성금으로 놓인 침목의 동판은 철길에 나뒹구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글씨가 들어간 침목은 도라산역 박물관에 고이 모셔져 있다고 들었다”며 “성금을 냈던 사람들이 이런 꼴을 본다면 마음이 어떻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동판이 사실상 방치되면서 초등학생들이 동판을 날리며 놀다가 다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동판을 떼어 파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경의선역이나 철도 당국에서는 ‘짓밟힌 통일의 꿈’에 나 몰라라 하고 있다. 경의선 연변의 각 역에 관리 실태를 물어봤지만 모두 ‘모르쇠’로 일관했다. 도라산역의 한 관계자는 “통일 침목 설치 당시 침목에 동판을 붙이면 철로 작업을 하면서 떨어질 수도 있고 사후 관리가 힘들어 설치를 반대하기도 했다”며 “철로의 운영과 시설관리를 다른 기관이 맡고 있어 방치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문산= 글ㆍ사진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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