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압구정동에 사는 주부 김모(40)씨는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의 수학 학원비로 월 30만원을 지출한다. 수업은 주 2회(1회 2시간30분) 진행되며, 관할 강남교육청이 정한 수강료 상한액은 월 12만8,641원이다.
실제 수강료가 정부 가이드라인을 2.5배 가량 웃도는 셈이다. 하지만 이 학원이 수강료 초과징수로 적발된 적은 한번도 없다. 김씨는 "학원 사무실에는 수학 단과반 수강료가 월 10만원으로 허위 게시돼 있다"면서 "더욱이 신용카드와 자기앞수표를 받지 않는데도 왜 당국이 조사를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의 특별단속에서 정부가 정한 기준을 초과해 고액 수강료를 받다 적발된 학원 비율은 약 28%였다. 그런데 한국일보 기획취재팀이 지난달 18~29일 서울과 수도권지역의 보습 입시 논술 어학 등 50개 학원을 무작위로 골라 수강료 징수실태를 조사한 결과, 정부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지키는 학원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원들이 단속을 피하기 위해 수강료 허위 게시, 신용카드 분리 결제, 강사 명의 통장으로 수강료 입금 등 교묘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으나, 정부의 단속은 인력 부족과 상시 감시체계 미비 등으로 겉핥기식에 머물러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본보 취재팀 조사결과, 전체 50개 대상학원 중 수강료를 기준보다 100% 이상 높게 올려 받은 학원이 30개(60%)로 가장 많았으며, 이 중 200%를 초과한 곳도 10개(20%)나 됐다.
이밖에 50~99% 초과 12개(24%), 1~49% 초과 8개(16%) 등이었다. 이는 서울시교육청이 7월23~8월7일 강남ㆍ양천ㆍ노원구 지역 244개 학원을 대상으로 특별단속을 실시, 수강료 기준을 위반한 68개(전체의 27.8%) 학원을 적발한 것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특히 서울 목동 M논술학원은 주 1회(100분) 초등학생 대상 논술수업을 하면서 강서교육청의 수강료 기준(월 4만3,000원)보다 4배나 많은 월 16만원을 받았다.
또 서울 대치동 T학원은 중학생들에게 주 2회(1회 250분) 수학을 가르치면서 월 80만원을 받아 강남교육청의 수강료 기준(월 23만8,224원)을 3배 이상 초과했다.
이에 대해 학원 관계자들은 "정부의 수강료 상한기준을 지킬 경우 비싼 임대료와 강사료도 충당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은 "사전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적정한 수강료 기준을 마련하되,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수강료를 허위ㆍ축소 신고하는 학원들은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취재팀 고재학(팀장)·유병률·안형영 기자, 사진부 = 최흥수·배우한 기자 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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