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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금융 부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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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금융 부활 논란

입력
2006.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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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당국이 17일 또다시 ‘창구지도’라는 형식으로 사실상 주택담보대출의 총량규제에 나섬에 따라 시중은행을 통한 주택자금 마련에 일단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올 4, 5월 연속해서 주택담보대출 월증가액이 3조원을 넘어서는 과열 양상을 보이자, 감독당국은 창구지도라는 ‘칼’을 빼들어 단숨에 6월 증가액을 2조1,000억원 대로 낮췄다. 하지만 7, 8월 부동산 비수기 동안 잠시 숨을 고르던 주택담보대출은 9월부터 다시 급등세를 띄기 시작했다. 결국 창구지도라는 극약 처방은 단기 대증요법에 그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최근 부동산 광풍은 수급 불균형과 무주택 서민들이 벼랑 끝에 몰린 심정으로 빚을 얻어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들의 반란’이 근본원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대출억제책은 자칫 서민을 높은 이자의 대부업체로 이끄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금융계의 우려다.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시장에 맞서는 무리한 정책은 엉뚱한 곳에서 부작용을 일으키는 ‘풍선 효과’만을 부르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금융감독원이 일선은행에 대출총량 규제를 지시할 법적 권한이 있는지 여부도 논란거리다. 엄격하게 법 조항을 따지자면 대출총량 규제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권한이다. 한은법 28조 16호에는 금통위가 “극심한 통화 팽창기 등 국민 경제상 긴절한 경우 일정한 기간내의 금융기관의 대출과 투자의 최고한도 또는 분야별 최고한도를 제한”할 수 있도록 돼있다. 하지만 최근 이성태 한은총재는 대출총량 제한이라는 수단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워낙 크기 때문에 함부로 발동할 수 없으며, 콜금리 역시 부동산 시장만을 표적으로 삼아 조정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처럼 한은이 총량규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자 금감원은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감시한다’는 금감원의 권한을 폭 넓게 해석해 ‘권고’라는 모호한 형식을 통해 총량규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감원은 법적 취약성을 의식해 ‘대출 총량규제’가 아니라며 부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에도 ‘부인’으로 일관했으나 6월의 대출실적을 보면 은행들이 금감원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을 5월의 절반으로 줄이라”는 지시를 충실히 지켰음을 알 수 있다. 사실상의 총량 규제와 관치 금융의 부활인 셈이다.

한국은행은 공식적인 논평은 없었지만, 금감원의 월권행위에 대해 불쾌한 기색이다. 한은 관계자는 “만약 부동산 시장이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이상 과열 상태이고 이러한 현상의 근본원인이 과잉유동성 때문이라면 대출한도 규제와 정책금리 인상 조치를 함께 취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지금이 과연 그런 상황인지는 의문이며, 은행의 영업상 기본권이라 할 수 있는 대출여부를 감독당국이 일일이 간섭하는 것도 시대착오”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의 특수성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동조 여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 경제연구본부장은 “한은이 정식으로 대출 규제에 나설 경우 전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감안할 때 금감원이 비공식적 창구지도로 당장 불붙은 대출증가세를 가라앉히는 것은 최근 부동산 시장의 긴박성을 감안할 때 불가피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옹호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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