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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 근무 한국인 36명 설문/ "한국, 유엔분담금 만큼 위상 안된다"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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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 근무 한국인 36명 설문/ "한국, 유엔분담금 만큼 위상 안된다" 71%

입력
2006.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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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등에서 일하는 국제공무원들의 시각은 국제사회의 여론 흐름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척도로 꼽힌다. 한국일보 기획취재팀이 반기문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임명을 계기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인 국제공무원들이 전하는 한국과 한국인 사무총장에 대한 평가는 국내에서 느끼는 흥분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대한민국의 현주소

국제기구 내 한국의 위상은 아직 초라하기만 하다. 한국이 유엔에 내는 분담금 비율은 전체 192개 회원국 가운데 11위로 경제력 규모와 엇비슷하다. 하지만 ‘한국이 분담금 비율에 걸맞은 위상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35명)의 71.4%(25명)가 ‘그렇지 않다’(15명) 또는 ‘매우 그렇지 않다’(10명)고 답했다. ‘그렇다’는 5명, ‘매우 그렇다’는 1명에 그쳤다.

그 원인으론 응답자(32명)의 53.1%(17명)가 ‘개발원조 등 국제사회적 책임 소홀’을, 28.1%(9명)가 ‘국가 이미지 개선노력(홍보) 부족’을 꼽았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이호주씨는 “정부가 3년짜리 원조사업에 57만 달러를 지원하면서도 3년 후 환율 변동으로 생긴 부족분 3만 달러는 내기를 거부해 망신을 사기도 했다”고 전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두진용씨는 “IAEA 내에서 한국은 여전히 후진국으로 분류돼 각종 국제회의 여비가 지원되는데, 한국의 일부 공무원들은 이를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여 비웃음을 사고 있다”고 했다.

반기문 효과는?

국내 언론과 전문가들은 반 총장 취임이 한국의 위상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한국인 국제공무원들의 시각은 다소 차이가 있었다. ‘반 전 장관의 사무총장 임명 후 한국의 위상이 달라졌느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4명)와 ‘그렇다’(11명)가 45.5%(15명)로 약간 우세했으나, ‘그렇지 않다’(8명)와 ‘매우 그렇지 않다’(2명)는 부정적 반응도 30.3%(10명)나 됐다. 중립(6명)이나 부정적 의견을 낸 응답자들은 “인간 반기문과 한국을 직결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IAEA 두진용씨는 “현 사무총장 코피 아난의 10년 재임 기간 동안 출신국 가나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가”라고 반문하며 “오히려 한국의 적극적인 국제사회 활동이 위상 제고에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의 과제

‘반 전 장관이 취임 후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31명)의 45.2%(‘그렇다’ 11명, ‘매우 그렇다’ 3명)가 긍정적으로 답했지만, ‘보통’(13명)이라거나 부정적 의견(3명)도 많았다. 특히 해결방식으론 ‘유엔총회의 의결에 따른 조치를 이행하면 된다’는 의견이 ‘직접 방북’과 ‘대북 특사 파견’을 합친 것보다 두 배 가량 많았다.

국제노동기구(ILO) 안봉술씨는 “반 총장의 직접 개입으로 북핵 문제가 조기에 잘 풀린다면 좋겠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다른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사무총장의 활동이 발목을 잡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IAEA 강기식씨는 “유엔이 북한에 해 줄 수 있는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북한도 반 총장 방북에 별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고, FAO 이호주씨는 “유엔이 강대국의 의지를 넘지 못한다는 현실적 한계를 인정한다면 사무총장이 직접 나설 경우 오히려 심리적 역효과를 부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공무원의 위상

‘국제기구에서 정책이나 사업을 정할 때 자국민 직원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정책 수립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32명)의 대다수(28명)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국위선양과 같은 무형의 효과뿐 아니라 한국인 직원이 많을수록 한국의 국익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유엔환경계획(UNEP) 이윤애씨는 “사업을 수립할 때 담당 직원의 국적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흔히 본다”고 전했다.

반 전 장관의 당선 이후 국제기구 근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진출의 주요 통로인 외교부의 지원에 대해선 대체로 미흡하다는 평가가 주류였다. ‘외교부의 지원 노력이 충분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30명)의 56.7%(17명)가 ‘그렇지 않다’거나 ‘매우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외교부 내 국제기구 담당인원이 서너 명에 불과한데다 관련 예산도 한정돼 있어 지원에 한계가 많다”고 해명했다.

기획취재팀=고재학(팀장)ㆍ이태희ㆍ김용식ㆍ안형영기자 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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