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 ‘가’영역에서 15점 가까이 떨어졌고 물리와 화학도 너무 어려웠어요.”(자연계 중상위권 S여고 박민지)
“모의고사에서 3번이나 만점(200점)을 받았던 사회탐구영역에서 10점 이상 적게 나왔어요.”(인문계 중상위권 재수생 이재민씨)
17일 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채점을 마친 중상위권 학생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어두워 보였다. 전체적인 원점수는 올라갔지만, 주요 영역별 ‘각론’ 점수는 떨어졌기 때문이다. 자연계 중상위권 학생들은 어려웠던 수리 ‘가’형 탓에 점수가 하락해 최상위권과의 격차가 벌어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인문계 중상위권 학생들은 언어, 외국어, 수리‘나’형이 너무 쉬워 점수 차가 거의 없는 반면 사탐에서 점수차가 나 최상위권과의 격차는 커지게 된 반면 하위권과의 격차는 줄어들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런 현상은 언어ㆍ외국어 영역은 쉽고 자연계 학생들이 주로 보는 수리 ‘가’형과 사회ㆍ과학 탐구 일부 선택과목 난도가 높아진 게 가장 큰 원인이다.
경기 A고가 단적인 사례. 지난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3개 대학에 189명을 입학시킨 이 학교의 가채점 결과 언어와 외국어 영역은 전체 560명 학생 중 절반 가까이가 90점 이상을 받은 반면 자연계 학생 280여명 중 수리 ‘가’형에서 70점 이상 받은 학생이 102명에 그쳤다.
이 학교 진학담당 교사는 “모의고사에서 90점 이상을 받던 자연계 학생 중 3분의 2가 10점에서 20점 가까이 떨어졌다”며 “물리와 화학도 꽤 어려워 평소 보다 5~10점은 내려갔다”고 전했다.
이 교사는 “사탐도 개념과 원리를 알아야 풀 수 있는 문제가 적지 않아 암기 위주로 공부했던 중상위권 점수가 10점 이상씩 떨어졌다”며 “사탐에서 몇 개만 실수해도 당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영역의 변별력 실패도 도마에 올랐다. 경기 일산고 백석고 김영인 진학상담실장은 “인문계가 보는 수리 ‘나’형이 너무 쉬워 중위권 중 여럿이 만점을 받았을 정도”라며 “외국어도 상위권 학생들의 점수차가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자연계 재수생이 재학생보다 점수가 훨씬 높아 올해 입시에서는 재수생이 유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가채점 결과만 놓고 볼 때 일단 최상위권과 하위권 학생들에게 유리한 구조”라며 “중상위층이 두터워 지면서 중상위권 대학 진학을 놓고 불꽃 튀는 입시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특히 내년부터는 입시제도가 바뀌면서 재수를 피하기 위한 하향 안정 지원 성향이 뚜렷해져 올해 입시는 전례없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한편 수능이 끝나자 대학들의 신입생 유치전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 등 6개 대학은 전국을 돌며 공동 입시설명회를 연다.
18일 오후4시 이화여대 강당을 시작으로 경북대(19일), 부산KBS홀(20일), 광주 여성발전센터(26일), 대전 엑스포아트홀(29일)에서 잇따라 열린다. 숙명여대와 한국외대는 각각 11월20일부터 서울ㆍ경기ㆍ부산ㆍ광주ㆍ대전 등을 돌며 입시 설명회를 갖는다. 경희대(19일), 동국대(12월9일), 연세대(12월19일) 등은 학교에서 입시 설명회를 연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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