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반대 세력을 침묵시키기 / 낸시 챙 지음ㆍ유강은 옮김 / 모색 발행ㆍ197쪽ㆍ1만원
9ㆍ11 테러가 바꾼 것은 세계의 정치 지형만은 아니다. 그것은 무엇보다 여전히 건재한, 아니 더욱 강해진 폭력이란 존재를 새삼 절감케 했다. 정치적으로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상대는 폭력을 써서 거꾸러뜨린다는 발상이 세상을 잠식하고 있다.
뉴욕시 헌법관리보호센터의 수석 소송 변호사인 저자는 미국의 현재에 대해 심각히 우려한다. 9ㆍ11 테러 이후 테러 예방 조치라는 명목으로 2001년 미 의회를 통과한 애국법(Patriot Act)은 책의 좋은 공격 목표다. 부시 행정부의 감시 권한을 강화하고, 시민권ㆍ비시민권자에 대한 교묘한 탄압의 법적 근거라는 것이다. 책은 인터넷에서까지 그것이 적용되는 현실을 질타한다.
미국 역사에 내재된 금지의 법률, 프로그램들이 나열된다. 1940년대 후반부터 불어닥친 반공 열풍, 코인텔프로(비밀 정치 사찰) 프로그램 등이 좋은 예다. 그같은 흐름의 끝에 서 있는 현재의 부시 정부는 무슬림을 자의적으로 겨냥해 치외법권적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미국은 실종됐다는 것이다.
테러라는 주제를 끈질기게 추적하고 미국이 이를 빌미로 힘을 남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분석해본 이 책은 결국 현재적 의미의 자유론에 다다른다. 국가가 맹목적인 굴종을 요구할 때, 그 권력에 저항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권고다. 저자가 일하는 곳은 미국 헌법과 유엔 세계인권선언이 보장한 권리를 장려하는 비영리 법률ㆍ보호 기관이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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