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골렌 루아얄(53) 의원이 사상 첫 프랑스 여성 대통령을 향한 고지에 한발 다가섰다. 루아얄은 16일 개표된 프랑스 제1야당인 사회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60.6%의 압도적 지지율로 당내 중진들을 물리치고 대선 후보로 결정됐다.
루아얄이 보수적인 프랑스 사회에서 남성의 아성을 허물고 대선 후보로 결정된 것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사회당 당원들이 프랑수와 미테랑 전 정권에 식상한 민심을 돌리기 위해 네 자녀를 둔 동거녀인 여성 정치인을 대선 주자로 선택한 것은 정권탈환의 강력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루아얄은 사실 많은 점에서 정통 사회당 노선과 궤를 달리한다. 기존 좌우 정치권을 거침없이 비판하고, 사회당의 기반인 교사들의 노동시간 확대와 비행 청소년의 병영입소를 주장하는 등 오히려 오른쪽으로 기우는 정책을 쏟아냈다. 그의 탈 좌파 성향은 내년 4월 집권 우파와의 한판 대결에서 외연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정치권이 백안시 했던 인터넷을 홍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중도 성향의 정책을 제시하는 등 루아얄의 좌충우돌식 성향은 정치 무관심층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기반이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를 들어 루아얄이 기득권층과는 다른 길을 걸었을 것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루아얄은 대다수 프랑스의 지도층 인사들처럼 정통 엘리트 코스를 거쳐왔다. 1953년 세네갈에서 엄격하고 권위주의적이었던 프랑스 육군 대령의 8남매 중 하나로 태어난 그는 엘리트 관료 배출 기관인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했다.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와 그와 동거중인 프랑수와 올랑드 사회당 1서기가 루아얄의 ENA 동기다.
루아얄은 미테랑 전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 92년 가족장관과 환경장관을 지내면서 학교폭력 척결과 남성출산 휴가를 도입하는 등 부드러운 정치인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세련된 외모에 대중 친화적인 그는 2004년 푸아트 샤랑트 지방 의회 의장에 선출되면서 대권주자로 급부상했다.
전문가들은 루아얄의 대선 고지 점령 여부는 경선과정에서 나타난 외교ㆍ안보 분야에 대한 능력 부족 등 ‘과포장된 정치인’이라는 한계를 어떻게 불식시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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