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등 국제기구에 근무하는 한국인들은 반기문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하면 북핵 사태 해결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국내의 높은 기대와는 달리, 유엔 등 국제기구에 근무하는 한국인들은 반 장관이 방북이나 특사 파견 등 직접 개입보다 유엔이 결의한 조치를 집행하는 역할에 충실하는 게 더 낫다는 견해를 보였다. 또 국제기구에 대한 한국의 영향력은 원조 등 국제사회의 책임을 등한시해온 탓에 실제 국력이나 재정 기여도에 비해 상당히 뒤떨어져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는 한국일보 기획취재팀이 1~6일 15개 국제기구에 근무 중인 한국인 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확인됐다. 현재 유엔 및 산하기구를 포함한 41개 국제기구에 245명의 한국인이 일하고 있다.
반 전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 취임 후 어떤 방식으로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게 좋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20명)의 60%(12명)가 ‘유엔총회의 의결에 따른 조치 이행’을 꼽았으며, ‘직접 방북’(3명)이나 ‘대북 특사 파견’(4명)은 소수에 그쳤다. 국제기구 안에서 느끼는 한국의 영향력에 대해선 응답자의 71.4%(25명)가 부정적이었다. 그 원인으론 53.1%(17명)가 ‘개발원조 등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 소홀’을, 28.1%(9명)가 ‘국가 이미지 개선노력(홍보) 부족’을 들었다.
한국인 국제공무원들은 반 총장 취임 후 최우선 당면 과제로 ‘북한ㆍ이란 등의 핵문제 해결’, ‘유엔 개혁’, ‘아프리카 등지의 기아 및 난민문제 해결’ 등의 순으로 꼽았다. 또 대다수 국민이 반 전 장관의 사무총장 임명으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보는 것과는 달리, ‘보통’이나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응답자의 절반이나 됐다. 하지만 대다수 응답자는 반 총장의 임명으로 한국인의 국제기구 진출이 늘어날 것이며 국제기구 사업에 한국의 이익이 반영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예측했다.
기획취재팀=김용식기자 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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