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의 문화학-사람은 생긴 대로 사는가 / 신용철 지음 / 책세상ㆍ143쪽ㆍ4,900원
‘관상(觀相)이 좋지 않다’는 말은 ‘재수나 운명이 별로일 것’이라는 뜻이다. 듣는 사람은 기분이 상한다. 그러나 어쩌랴. 아니면 좋고, 맞아도 할 수 없고, 생긴 대로 사는 거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얼굴뿐만 아니라 몸까지 떡 주무르듯 뜯어고치는 세상에서 생긴 대로 사는 것은 자기 운명에 대한 ‘죄악’이다. 예쁘고, 날씬할 수록 대접 받는 얼짱과 몸짱의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책은 얼짱ㆍ몸짱 광풍(狂風)에 대한 진지한 문화ㆍ철학적 탐구다. 일시적인 광풍이 아닐 지도 모른다. ‘근대 이전에 세계관을 지배한 영혼(신)이 근대에 들며 차가운 이성으로 대체됐다면, 이제 그 자리는 ‘몸’의 차지가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철학자가 등장할 정도다.
저자는 다양한 철학 담론을 통해 이 주제를 풀어간다. 근대의 정신인 칸트와 데카르트는 물론, 사상의학의 이제마, <인종불평등론> 의 프랑스 인류학자 고비노, 독일의 신칸트학파 철학자 카시러, 그리고 기독교 문화학까지. 인종불평등론>
저자의 결론은 “이제 다시 생긴 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창조주와 인간 사이의 관계 회복이 진정한 행복으로 인도한다’는 기독교적 문화관과 이 땅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카시러의 상모(相貌)적 세계관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책은 ‘신체 변형 가능의 시대를 맞아 시도한 관상에 관한 동ㆍ서양 철학의 고찰’인 셈이다. 인문학이 테크놀로지의 속도들 따라가기 힘든 시대,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발빠른 철학적 접근이 반갑다. 동양은 물론 서양에도 풍부했던 관상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접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권오현 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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