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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뜨고, 통일부 지고

입력
2006.11.17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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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외교부, 지는 통일부.’

17일 유엔 총회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정부가 4년 만에 찬성표를 던지자 정부청사 주변에서 나도는 말이다. 정부가 ‘남북관계의 안정성 고려’라는 통일부쪽의 논리를 내치고 외교부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1년 전만 해도 상황은 천양지차였다. 지난해 6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단독으로 만났다. 이 면담 결과 6자회담 돌파구가 마련돼 북핵 폐기에 합의하는 9ㆍ19 공동성명이 나왔다. 남북관계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촉매제 역할을 처음으로 해낸 것이다.

특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인 정 전 장관은 여권 실세라는 후광을 더해 실질적으로 외교안보라인을 장악했다. 또 외교부 국장급 인사가 통일부에 외교자문관으로 파견돼 정 전 장관을 보좌했고, 외교부 정보력의 원천인 주요 공관의 보고 전문도 바로 통일부에 전달됐다.

2월 이종석 장관이 취임한 이후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송민순 청와대 안보정책실장이 장관급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주도하며 NSC 상임위원장은 형식적인 자리로 전락했다. 외교부 자문관은 더 이상 통일부에 파견되지 않았다. 여기에 북한 핵실험을 막지 못한 이 장관이 물러나고, 외교안보 책임자 중 유일하게 유임된 송 실장이 외교 장관이 되면서 ‘송민순 원톱 체제’가 구축됐다는 평이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의 경우 열린우리당의 강력한 반대 때문에 외교부의 정식가입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그 이후에는 현안마다 외교부 논리가 먹히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국제관계 속에서 균형적 입장을 갖고 안보외교를 펼치기 위해서는 외교부의 역할이 증대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방적인 한미공조 강화는 북한을 쓸 데 없이 자극하고, 북한을 견인할 수 있는 우리 정부 고유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남북관계를 소홀히 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송민순 장관 내정자가 대통령의 신임이 컸던 만큼 향후에도 외교부쪽 발언권이 세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후임 안보실장이 누구인가도 외교-통일 역학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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