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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짝짝이 번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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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짝짝이 번호판

입력
2006.11.17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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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자동차번호판에 대한 애착이 유난히 강한 곳은 홍콩이다. 넘버 '3388'은 '다이아몬드 번호판'으로 불린다. 그들이 '3'자와 '8'자가 들어 있는 번호판에 집착하는 것은 그 발음이'번창한다'나 '발전한다'와 같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업자가 이것을 1963년 103만 홍콩달러(9억 100만원)에 샀다. 번호판은 그 자체가 정부 소유여서 매매할 수 없지만 특별히 자선경매 형태로 사유가 허락됐다. 등록제가 아니라 번호판 쿼터제로 운영되니 번호판이 차값보다 비싼 경우가 허다하다. 사정이 조금 다르지만 번호판에 대한 애착은 우리도 못지않다.

■ 승용차가 대중화하면서 자동차번호판을 명찰이나 주민등록증 이상으로 자신과 차의 상징으로 의식하는 경우가 많다. 남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주민등록증을 약간 변경하는데도 그 많은 입질을 당하는데, 애지중지하는 자가용의 명찰에야 오죽하겠는가. 정부가 이 달부터 디자인이 우수하고 색깔도 세련된 유럽식 번호판을 본 따 슬림형으로 교체했으나 "졸속행정의 표본"이라며 욕만 먹고 있다.

교체하려니 구조가 맞지 않고, 차를 조금 손봐서 부착하려니 위법이고, 이도 저도 아니면 자동차의 앞과 뒤에 '짝짝이 번호판'을 달아야 한다는 원성이 높다.

■ 더 큰 문제는 짝짝이라도 원하는 대로 달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새 번호판을 내놓으면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흰색 슬림형이 현재 생산되는 자동차의 구조와 맞지 않음을 뒤늦게 알고 구형과 모양은 같고 색상과 디자인만 고친 절충형을 별도로 내놓았다.

현재의 자동차 구조에 새 것을 달려면'구형(앞)-절충형(뒤)'이나 '유럽형-구형', 혹은 '유럽형-절충형'만이 가능하다. 앞쪽에는 그나마 별도로 돈을 들여 보조장치를 부착하면 유럽형을 쓸 수가 있지만, 뒤쪽에는 구조를 변형하여 유럽형 새것을 다는 것이 위법이기 때문이다.

■ 신형은 박스형태의 미ㆍ일 스타일(구형)과 유럽 스타일을 놓고 숱한 여론조사와 공청회를 거쳐 2대 8의 압도적 지지로 확정된 것이다.

밝은 색 승용차가 주종인 우리의 경우 현행 초록색보다 흰색이 어울린다는 여론이 높아 색깔까지 바꾸었다. 신형이 보급되자 심한 불평을 터뜨리는 사람은 2대 8에서'8'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잔뜩 기대를 갖고 있다 신속히 교체하려 했으나 만져만 보고 달지 못하는'그림의 떡'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겉모양과 여론만 살피다 현실적인 면을 소홀히 했다니 어째 이 정부의 행정은 모두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정병진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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