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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새로운 동숭동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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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새로운 동숭동을 꿈꾸며

입력
2006.11.17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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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가난해도 극장은 사람을 매혹한다. 극장들이 밀집한 거리는 도심의 여느 풍경과는 다른 정취가 있고 색다른 여유를 호흡하려는 사람들로 붐비기 때문이다.

방금 연극을 보고 나온 다정한 연인들, 젊은 관객들, 가난하지만 독특해 보이는 예술가들이 거리를 오고가고 또 그 분위기 자체를 즐기며 모여드는 사람들로 극장이 있는 거리는 여유롭고 적당히 들떠있다.

● 상업성이 장악해버린 대학로

서울에서는 그 거리가 대학로다. 아니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십오년 전 쯤의 대학로였다. 그때는 허름한 술집도 많았고 플라타너스와 작고한 김수근 선생의 작품인 붉은벽돌의 극장도 운치 있었고, 이제는 사라진 바로크음반에서 들려주던 클래식 소리가 거리에 투명하게 울려 퍼지곤 하였다.

그러나 상업적 가치는 얼마나 지독한 사냥꾼인가. 이 거리로 사람들이 모여든다는 것이 알려지자 화려한 네온사인, 술집과 레스토랑, 싸구려 연극과 호객꾼이 우후죽순 생겨나더니 십년 만에 대학로를 장악했다.

더 끔찍한 것은 상업적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욕망 속에 건물주들이 앞다투어 극장 대관료를 높게 책정하면서, 가난한 예술가들이 허리가 휠 지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문민정부 이래 꾸준하게 공연예술 분야로 지원금은 생성되지만, 그 지원금은 밑 빠진 독처럼 건물주의 수중으로 사라지고 연극인들이 조성한 거리가 그들에게 가장 불리한 거리가 되어버린 이 우울한 현실!

그런 일은 없겠지만 만약 어느날 연극인들이 단합하여 모두 동숭동을 떠난다면 어떻게 될까. 예전에 명동 국립극장이 사라졌을 때 결과적으로 가장 아쉬워했던 사람들이 명동상인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외상술이나 떼는 가난한 연극쟁이와 그들 주변의 사람들이 사라지자, 명동은 아무 변별력 없는 평범한 상업지구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적 가치를 너무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가치를 알아보더라도 그걸 이용해 한탕주의로 돈을 벌 생각만 하지, 오랫동안 함께 가고 보호해주어야 할 동반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이 못한다면 국가라도 나서서 과도한 상업성을 규제하고 인근 상인들의 세금의 몇 퍼센트만이라도 공연예술에 돌려주고, 하다못해 네온사인과 간판의 사이즈만이라도 작게 해준다면 좋을 텐데.

● 정신적 그린벨트는 남겨두자

신문을 보니 부동산 문제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게다가 가리봉동의 벌집촌은 이제 첨단의 IT촌으로 변모할 예정이란다. 이 속도라면 오십년 안에 온 나라가 아파트촌이 되거나 첨단 인공도시로 변모할 듯하고, 과연 그런 도시에서 사람들이 숨을 쉬고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그 욕망의 정책들을 갈아엎을 수야 없겠지만, 아파트나 빌딩숲과는 다른 무언가도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좁은 골목길 같은 옛 도시의 흔적, 공원이나 녹지대, 그리고 상업적 가치로부터 보호받는 문화적 거리 같은 것. 그래서 자본주의적 욕망의 공간으로부터 우리에게 균형감을 회복시켜줄 일종의 정신적 그린벨트 말이다.

김명화 극작ㆍ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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